2화 - 나만의 풍경 포착하기

열정 가득한 시절로부터 얼마나 흘러왔을까

by 일칠삼공

연말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밀린 숙제를 해결하듯 병원으로 몰려 건강검진을 받는다. 물론 나도 그중 하나다.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이동하며 GPT에게 첫 번째 퀘스트를 받았다.


현재의 나는 무기력에 빠져 있다. 그리고 무기력에 빠진 내 모습이 부끄러워, GPT의 힘을 빌려서라도 이 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소소한 도전을 이어나가려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GPT에게 소소한 도전 퀘스트를 요청하고 받은 퀘스트를 수행한다. 그리고 퀘스트를 수행한 과정을 글로 남긴다.


매일 아침 퀘스트를 받으면 좋겠다만, 출퇴근을 제외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퀘스트를 수행하고 그 과정을 글로 남기는 일은 지금의 나에게 결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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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목표를 잡았다. 1주일에 2개의 퀘스트를 수행하자. 이 루틴에 적응되면, 1주일에 수행하는 퀘스트의 양을 더 늘리자. 그리고 스프레드 시트를 활용하여 수행한 퀘스트를 성과표와 같이 기록하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스프레드 시트 파일도 공유해보도록 하겠다) 더는 나태해지지 않도록. 중도포기하지 않도록.


너무 조급하지 않게, 한 발 한 발 점진적으로 나아가보려 한다. 그러한 소소한 도전들이 쌓여, 나의 삶을 보다 건강하고 생동감 있게 만들어 주리라 믿는다.



첫 번째 퀘스트 : "나만의 풍경 포착하기"


① 목표: 출퇴근길 혹은 외출 중, 눈에 띄는 풍경이나 사소한 장면 하나를 찾아 사진으로 찍어보세요. 평소 그냥 지나쳤을 법한 순간이나 공간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내가 찍고 싶다'라고 느끼는 장면을 선택하세요.


② 조건:

반드시 휴대폰 카메라를 사용하세요. (장비 부담 없이 간단하게.)

사진 속 장면에는 특별할 필요가 없어요. 평범해 보이는 계단, 길가의 그림자, 또는 커피잔 위로 비치는 빛도 좋습니다.

한 장만 찍으면 됩니다. 고민하지 말고 바로 직감적으로 선택하세요.


③ 추가 도전: 사진을 찍은 장소와 이유에 대해 느낀 점을 적어 1,000자 이상으로 기록하세요. 사진을 통해 당신의 눈이 무엇을 담으려 했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위의 글은 GPT의 미션을 있는 그대로 옮긴 내용이다. 나만의 풍경을 포착하라…. 스마트폰 앨범에 들어가서 최근 찍은 사진을 살펴봤다.


업무를 위해 찍은 사진과 기록을 위해 찍은 사진을 제외하면, 가장 최근 찍은 풍경은 올해 첫눈이 내린 순간이었다. 벌써 한 달 전의 일이다.


Dd9VtnkHUQCVvyHaAbJBGgk%3D 물론, 내가 찍은 사진은 아니다. GPT가 만들어줬다. 그런데 프롬프트는 내가 입력했으니 내가 찍은 사진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10년 전에는 아름다운 순간을 마주하면, 그 순간을 잃을까 봐 정신없이 사진으로 담고 글로 정리하며 고양감을 느끼곤 했는데....


그 시절들로부터 나는 얼마나 멀리 흘러온 걸까.




얼마 전 택시를 타고 이동 중에, 아버지 뻘로 보이는 기사님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이제 친구들이 다 은퇴해서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여섯 명 중 세 명은 제대로 걷지도 못해요. 예전에는 그렇게도 팔팔했던 놈들이 이제는 걷는 것도 힘들다고 어딜 가기도 귀찮아해. 아직 젊은것 같으니, 운동 꼭 해요. 늙어서 잘 걷는 것도 복이야."


그래. 한 발이라도 더 걷고 뛰자.


그런 김에 운동을 겸하는 목적으로 건강검진을 마치고 광화문 인근을 걸었다. 오늘 퀘스트를 받지 않았다면, 곧바로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향했을 테다. 일상의 변화는 벌써 시작되고 있다.


그렇게 얼마 걷지도 못하고, 찍고 싶은 풍경을 찾았다. (운동은 물 건너갔다.) 아니, 어찌 보면 풍경이 아닐 수도 있겠다. 그냥 찍고 싶은 무언가를 찾았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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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사실 이 퀘스트를 시작한 이유는 무기력에서 탈출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그에 앞서 글을 통해 사람들과 공감을 이루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 와중에 숱하게 광화문 인근을 지나며 보았던 글귀가 마음을 잡았다. 그래. 나는 책을 통해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보고자 한다.


의도치 않게, 퀘스트를 시작한 첫날부터 이 프로젝트의 동기를 발견하게 됐다. 은연중에 생각으로만 흩어져 있던 낱말과 단어가 하나의 문장으로 완성되었다.


아직은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부디 이 프로젝트가 나에게 건강하고 유익한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리하여 나와 비슷한 고민과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와 격려와 의지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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