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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Dec 28. 2020

나의 양악 재수술 일기(3)

  양악수술을 하려면 수술 후 턱의 교합에 맞게 교정을 해야 한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선수술이 가능한 케이스도 희박하지만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난 교수님이 1년 정도는 교정을 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으니 해당사항이 없다. 개인 병원에서는 선수술이며 노타이 양악수술이며 환자들을 빠르고 편하게 변화하도록 돕기 위한 방법을 도모하고 있다. 그만큼 이 수술의 회복기간이 힘들다는 뜻이다. 하지만 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으로 가고 싶었다. 이 수술이 얼마나 환자에게 힘든지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이번에 대학병원으로 찾아간 것도 그 이유였다. 부작용과 위험의 최소화.


  수술은 그렇다 치고, 그럼 교정은 어떻게 할까? 교수님은 선택지를 주셨다. 이 병원에서 교정도 같이 하거나 집에서 가까운 교정치과로 의뢰하거나. 같은 대학병원 내에서 교정 수술을 함께 하는 것이 진료의 연계 측면에서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단점은 거리와 비용. 지리상 가깝다 해도 차 타고 1시간은 가야 하고,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한 번 다녀오면 진이 다 빠진다. 사람 멀미라는 것도 있나 보다. 교정 초반에는 갈 일이 자주 있을 수 있다는데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둘째로 비용은 대학병원인지라 아무래도 진료비가 더 비싸지 않을까 싶었다. 경험상 그랬다. 결론은 가까운 교정치과로 의뢰받아 가는 걸로 하였다. 교수님이 의뢰해주시는 병원도 실제로 자기 수술 환자들을 많이 보내는 병원이라고 하여 안심이 되었다. 많이 보냈다는 건 수술 전후 교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는 뜻이니 믿을 수 있었다.


  그렇게 소개받은 목동의 교정치과로 향했다. 1년 내내 치과를 그렇게 떠돌아다니고 연말을 또 치과 신세를 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게다가 교정은 한두 달로 끝나는 것도 아니니까. 구강외과 교수님 말로는 적어도 1년은 잡고 교정을 해야 한단다. 1년 전 교정 때문에 갖은 수고를 겪은 나로서는 앞이 캄캄할 뿐이었다. 밥을 먹을 때마다 밥풀이 장치 사이에 끼고, 면이나 김치가 장치에 걸려 빼내기 일쑤다. 매일 장치 사이로 치실을 끼워댈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걱정을 안고 방문한 치과의 분위기는 지금까지 방문한 곳과는 사뭇 달랐다. 글쎄, 교정치과 특유의 분위기인 걸까. 10년 전에 다녔던 발산동 교정치과도 분위기가 비슷했던 것 같다. 오래된 듯한 실내에 치위생사며 의사며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고, 존중해주는 듯한 느낌. 새로 방문한 치과도 그러했다. 들어가기 전 먼저 인사해주고 가글액도 주고, 검사 전 교정과 의사가 나에게 현재 치아상태에 대해 해 줄 수 있는 설명을 조곤조곤해주었다. 그래 내가 원했던 게 이거야. 지금까지 방문했던 치과는 이상하게도 진단하는 의사 따로, 치료하는 의사 따로였으며 치료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자기 치료가 끝나면 포가 덮인 채로 다른 체어로 떠나버리는 모습만이 머릿속에 남을 뿐. 아무리 바쁘다지만 환자의 입장으로서는 섭섭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곳의 첫인상은 굉장히 좋았다. 한약 맛난 재료로 치아 본을 뜨고, 상하좌우 사진 촬영을 하고 돌아갔다.


  1주일 뒤, 기쁜 소식을 들었다. 과거에 교정을 했었고 유지장치를 그래도 꽤 오래 했던 터라 치열이 많이 틀어지지 않았단다. 최근 2년 유지장치를 하지 않았더니 송곳니와 어금니가 삐뚤어져서 다시 돌려야 한다. 늦어도 1년은 가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에 쾌재를 불렀다. 7~8개월이면 수술에 들어갈 수 있다. 이 망할 턱주가리 고통에서 벗어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게다가 교정비용도 생각보다는 많이 비싸지 않았다. 이전에는 한 500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은데 세월이 지나서인지 비용이 많이 줄었다. 너무 부담스러워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 입장에서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이제 이에 철길을 까는 일만 남았다. 마음을 단단히 먹자.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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