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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Dec 04. 2020

나의 양악 재수술 일기(2)

  올해는 나에게 치과의 해다. 신경치료 2개와 임플란트 1개라는 대공사를 진행하면서 우울감과 동시에 얼굴이 너무 아팠다. 턱관절 쪽과 관자놀이, 뒷목이 특히 그랬다. 욱신거리고 뻐근하고... 얼굴이 하루 종일 아프니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솟구쳤다. 전에는 이런 일로 신경 써본 적이 없었는데. 이와 더불어 턱까지 아프니 죽을 맛이었다. 찾아보니 턱관절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 대학병원 구강내과를 찾았다.


  대학병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싸다. 똑같이 방사선 촬영과 치아 본을 뜨는데도 수십만 원이라니.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더 황당했다. 모르겠단다. 치아 교합과 배열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편인데 자기는 왜 아픈지 모르겠단다. 이갈이 습관 때문에 이가 깨진 탓인지 필요하다면 레진 가드를 통해 이갈이로 인한 치아 손상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방안은 찾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비싼 돈 주고 대학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은 건데 교수님 입에서 모르겠다는 말이 나왔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이었다. 정밀하게 검토해보고 다른 진료과로 의뢰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그렇게 황망하게 헛걸음하고 돌아왔다.


  문득 왼쪽 턱이 안 닫히는 증상이 떠올라서 혹시 이 증상이 턱관절에 악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추측해봤다. 현재 오른쪽으로 턱이 틀어져 있고, 주로 아픈 쪽도 오른쪽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이걸 해결하려면 수술하는 것 말곤 답이 없는 걸까. 이런 불길한 생각과 걱정으로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혼자 고민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람. 전문가한테 모른다는 답을 들었으니 다른 전문가의 말도 들어봐야지. 같은 병원 구강악안면외과로 향했다.


  대학병원은 내가 준비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이 불편하고,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면 되고, 절차가 어떻게 되고, 기간과 비용은 얼마나 걸리고 등. 휴대전화에 줄줄이 다 적었다. 안 그러면 후다닥 자리를 떠버려서 다시 물어보기가 어렵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치과의자에 앉아 있는데 교수가 와서는 '음.. 좀 틀어졌네. 중심선도 안 맞고. 정밀검사하고 다시 봅시다.' 하고 끝. 찾아보니 그 교수는 먼저 정밀검사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진료를 볼 수가 있단다. 검사에 진료에 휴가를 얼마나 써댔는지 모르겠다.


  결과는 재발. 13년 전 하악수술 이후 턱이 계속 자라서 이렇게 된 거다. CT를 보니 왼쪽 턱뼈가 또 유난히 두껍다. 크라는 키는 안 크고 뭔 턱만 이렇게 자랐는지 원. 특수 CT로 본 스캔(bone scan) 결과 왼쪽 턱관절이 아직도 활성반응이 있었다. 염증 혹은 성장반응이다. 아래턱뼈가 사람의 뼈 중에 가장 늦게까지도 자라는 뼈이고, 남성은 20대 중후반까지도 자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혹시나 양악수술을 고민하는 남성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꼭 성장이 멈추었는지 병원에서 확인하고 수술을 진행했으면 한다. 안 그러면 나처럼 또 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래턱에 맞춰서 윗턱도 보상적으로 틀어졌기 때문에 결국 양악 수술을 해야 한다. IVRO(하악지 수직 골절단술)로 하는지라 악 고정 2주는 필수로 해야 한단다. 지난 수술 때 1주일 고정하는 것도 죽을 맛이었는데 이걸 2주나 하라니. 이걸 어떻게 견뎌야 할지 벌써부터 막막했다. 침도 마음대로 삼키기 힘들고 말도 못 하고 음식도 못 먹는데. 살은 저절로 빠져서 잃어버린 턱선을 되찾을지도 모른다. 이렇게라도 행복 회로를 돌려야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치열도 틀어진 턱에 맞춰서 교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난번 수술 후 교정이 끝난 뒤 유지장치에 철사가 끊어져 유지장치를 2년 간 못 했다. 그랬더니 귀신같이 송곳니가 열심히 돌아갔다. 이도 부지런히 옆으로 누웠다. 나는 이리도 게으른데 내 몸뚱이는 그간 열심히 일하고 살았던 것이다. 내 몸뚱이에게 미안할 정도. 최소한 1년은 교정해야 할 것 같다고 하니 부지런히 움직이며 수술을 대비해야겠다.


  이걸로 내 인생 세 번째 수술이 막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 턱 수술, 다리 연장 수술, 다시 턱 수술. 부지런히 움직여서 하루라도 빨리 수술할 수 있게 대비해야겠다. 이것 때문에 일이고 뭐고 다른 게 손에 잡히질 않는다. 13년 전에 비해 의료기술이 많이 발전했으니 좀 더 견딜만하겠지? 휴식하는 동안 할 수 있는 것도 많겠지? 이렇게 위안을 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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