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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Aug 29. 2020

이빨과의 전쟁(2)

임플란트는 결코 쉽게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요즘은 젊은 나이에도 임플란트를 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유도 다양하다. 신경치료를 한 치아가 문제가 되어서, 재신경 치료의 실패, 치아 균열 증후군, 미백 등. 난 당시 치아가 살짝 맞닿기만 해도 치아와 턱에 심한 통증을 느껴 찾아갔더니 염증이 심해서 신경치료를 해도 괜찮아지리란 장담을 할 수가 없다는 소견을 들어 선택을 하였다. 하지만 임시로 치아를 부착해놓은 지금, 과거에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할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선 글에서 적었던 것처럼 당시 치아 세 개가 시간차를 두고 나에게 통증을 선사했다. 두 개는 신경치료, 하나는 발치 후 임플란트. 평소 치아관리를 나름 잘하고 있었던 나에게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이갈이'였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술을 마시면 그날 밤은 이를 빠득빠득 갈거나 하다못해 이를 꽉 물고 잠들었다. 십여 년 전 과거 가족들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지만 모두가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적절한 처치를 하지 않은 결과 치아에 균열이 생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치아 균열은 말 그대로 이에 금이 생기는 것이다. 대개는 50대 중년 즈음에 많이 생긴다고 하지만, 딱딱하고 거친 음식을 즐기거나 이를 가는 등 치아에 무리를 주는 행동을 많이 한다면 그만큼 빨리 찾아온다고 한다. 치아는 자연치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균열이 생기면 마땅한 치료법도 없다. 금이 더 이상 가지 않게 크라운을 씌우거나, 균열이 커져 통증이 생기는 경우 썩지도 않은 이를 신경 치료해야 한다. 그리고 아픈데도 방치하다가 균열이 뿌리까지 진행된 경우는 뽑는 수밖에 없다. 딱히 질긴 음식을 즐기지도 않는 나에게 치아 균열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내가 통제할 수도 없는 행동으로 인해 이를 뽑고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뒤늦게 입안을 보니 송곳니가 닳아서 평평해져 있었고, 괜히 이에 나있는 선들이 모두 균열 같아 프로 걱정꾼의 걱정 신경이 작동하는 순간이었다.


  균열이 더 이상 생기지 말라고 크라운을 씌우고 1년이 지난 시점에 치아와 턱에 통증이 찾아왔고, 당일에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심기로 했다. 30대에 벌써 틀니 인생 시작인가 하는 생각에 절망감이 밀려왔지만, 이제 이 지긋지긋한 치통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치통 때문에 대학병원 응급실에 찾아가 마약성 진통제까지 받아와 먹었던 나로서는 더 이상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때 이미 나는 발치를 예상하고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임플란트를 권유받았을 때, 이렇게 하면 이제 치통과 이별을 고할 수 있으리라 하는 마음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선택했던 것이다.


  치통이 사라지니 누렇게만 보이던 하늘이 푸른빛을 되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임플란트는 긴 싸움과 많은 대가를 치르는 일이다. 요즘은 빠른 회복과 수술 횟수 최소화를 위해 발치 후 바로 임플란트를 심고, 뿌리도 밖으로 드러내 놓는다고 한다. 심지어 심미적으로 중요한 앞니 쪽은 당일에 임시치아까지 심는 정도까지 기술이 발전하였다. 하지만 난 염증이 심했기에 회복 및 잇몸뼈가 차오르기까지 임플란트를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 수술은 금방 끝났지만 일주일간은 죽만 먹어야 했다. 뼈가 차오르기까지 술 담배는 물론이거니와 바삭하거나 딱딱한 음식도 피해야 한다. 한동안 빨대로 뭘 빨아먹을 수도 없다. 가뜩이나 좌우 비대칭 교합인데 이가 하나 사라지니 더 어색하고, 괜히 턱이 뻐근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사람 사는 건가 싶었지만, 치통이 사라진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었다.


  다행히 임플란트가 뼈와 잘 붙어서 현재는 치아를 임시로 붙여놓은 상태다. 근데 씹어보니 느낌이 영 신통찮다. 자연치아는 치주인대가 있어서 눌리는 느낌이 있는 반면, 임플란트는 그냥 뻣뻣하게 이빨 모양 벽돌이 들어서 있는 느낌에 가깝다. 그리고 감각이 없어서 씹을 때나 양치질을 할 때 영 어색하다. 게다가 나는 이상하게 감각은 없는데 조금이라도 딱딱한 걸 씹으니 찌릿하니 뽑기 전 치아가 박혀있을 때랑 비슷한 통증이 약하게 느껴졌다. 자다가 또 무의식적으로 이를 꽉 물었는지 이 통증 때문에 잠이 깨기도 했다. 치과에 가보니 자기들도 모르겠다며 항생제와 소염진통제를 처방해주고 조금 지켜보자고 한다. 아래턱 가장 안쪽이라 치아 신경과 인접해 있어서 자극이 되는 건가 예상을 했지만, 나는 치과 전문의도 아니니 알 길이 없다. 이렇게 또다시 통증에 대한 두려움 앞에 마주하게 되었다. 이놈의 치아는 끝까지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요즘 치과는 다른 치료보다도 임플란트에 초점을 두고 앞다투어 광고를 하고 있다. 그만큼 임플란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고, 안전성이나 치료에 차별을 두고 광고할 수 있는 부분이 임플란트 쪽으로 치중되어 있어 그런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치과 경험을 하면서 치과에 대한 신뢰가 다소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여러 치과를 방문했지만 진단이 제각기 달랐고, 의사가 직접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치과는 드물었다. 포를 덮고 이를 벌려놓고 치료한 뒤에 말할 틈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으니. 환자로서 위생사나 상담실장보다는 치과의사 입에서 직접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니 미안한 마음을 부여잡고 치과의사를 붙드는 것밖에 답이 없다. 


  임플란트를 한 치과는 당일에 바로 진료가 가능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긴 했지만, '시원하게 뽑고 임플란트 하시는 것도 방법이다.'라는 위생사 분의 말을 듣고 상처를 받았다. 치아는 한 번 건드리면 돌이킬 수 없기에 그만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데, 환자의 치아를 무엇으로 보고 있는 건지. 자연치아를 살린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면 그만큼 환자가 자기 치아에 대해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발치한 치아가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멀쩡해 보여서 더욱 마음이 아팠고, 그래서 이 선택이 맞는 건지 스스로에게 되묻다 결국 서랍에 넣고 더 이상 보지 않기로 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이미 뽑은 걸 어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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