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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씨 Jul 18. 2024

청춘예찬

'해보는 거지 뭐.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인생 뭐 있나

반구십에 재취업을 해보겠다고 이런저런 교육을 받고 다닌 지 5개월째다. 경단녀 우대정책 덕분인지, 감사하게도 그동안 지원서와 이력서를 넣어야 하는 교육과정에 모두 통과하여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책도 한 권 내고, 1인출판사도 등록하였으며 브런치 작가도 되었다.


이번에 지원한 교육과정은 왠지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취업연계과정이었다. 모집공고에 전공무관이라지만 전공자나 관련경력자를 우대한다고 쓰여 있었고, 40대까지 지원을 받았지만 18세 이상 지원이 가능했다. 하지만, 내 평생 꼭 한 번은 해봐야 미련을 버릴 수 있는 분야라 미친척하고 서류를 제출했다. 2개월 후가 지나, 면접을 보러 오라는 문자를 받았다. 진짜 미쳤다! 설렘반 걱정반 면접 대기실에 들어섰다. 내 앞에 솜씨 있게 머리를 틀어 올리고 곱게 화장한 여자분은, 뒷모습만 봐도 상큼한 20대였다. 순간 기가 팍 죽었다. 그럼 그렇지.. 하필 그 여자분 포함 나까지 세 명이 단체 면접장으로 들어갔다.



"먼저, 순서대로 자기소개를 해보세요. 지원하게 된 동기 위주로요."

세명의 면접관 중 한 분이 20대 여자분을 첫 순서로 지목했다. ‘나는 뭐라고 하지? 엄청 비교될 텐데 빨리 생각해 내야지..' 그런 생각도 잠시. 나를 비롯해 내 옆자리 중년 여자분까지, 20대 첫 번째 발표자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예쁘고 곱게 차려입어 말도 세련되게 할 것만 같았던 그분은 고개를 테이블까지 숙인 채 떨고 있었다. 목소리가 덜덜 떨려 한마디가 채 이어지지가 않았다. 대충 조합하자면 본인은 전공자인데, 취업이 안 돼서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다는 얘기였다. 추가 질문을 하자 이번엔 아예 목소리가 나오지를 않아 면접이 중단되었다. 센스 있게도 면접관이 다음 사람부터 말한 뒤, 준비가 되면 다시 대답하라고 했다. 다음 순서인 내 옆자리 중년분은 딸이 이 분야에 관심이 있어 본인도 이 분야를 알고 싶어 져서 지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내 차례가 되자,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보란 듯이 대답했다. "저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서도 보셨겠지만 저는 전공자도 아니고 관련분야 경력도 없습니다. 저는 반구십에 진로 찾기 중입니다. 제 꿈이 작가와 화가였는데 책은 한 권 냈고, 학창 시절 엄마가 돈이 많이 든다고 미술을 안 시켜주셨어요. 지금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어서 지원했어요" 뭐, 이건 붙여달라고 읍소해도 부족할판에 될 대로 돼라 내지르고 온 셈이다. 그 후에도 20대 여자분의 면접 내용과 관련하여 나는 되려 면접관에게 추가 질문을 했다. "AI 관련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AI를 활용한 작업툴이 개발되고 상용화되는 시점에 이런 교육들이 효과가 있는지, 이 분야 취업 전망은 밝은 건지 궁금합니다." 면접관이 나에게 따로 질문한 '그 나이에 취업이 어쩌고' 이야기까지는 생략하겠다. 할 말이 많았지만 적당히 마무리하고 나왔다.



지원자가 많아 면접이 며칠 이어지니, 결과 발표도 늦어진다는 면접관의 말을 뒤로하고 면접장을 빠져나왔다. 여전히 고개를 떨구고 나오는 20대 여자분에게 일부러 목소리를 드높여 말했다.(나는 극 I인데, 왜 이럴 땐 오지랖이 나오는 건지;)

"뭘 그렇게 떨어요? 취업면접도 아닌데! 그리고 이런 교육은 어차피 젊은 사람 위주로 뽑아요."

내가 애를 빨리 낳았으면 내 딸뻘인듯한 이 여자분은 내 말조차 대답을 못 했다. 혹시라도 다음에 중요한 면접에 가게 되면 약국에서 신경안정제 한 알 사서 먹고 가면 도움이 될 거라는 말을 해주며 헤어졌다.


나의 20대, 졸업하고 취직하기까지 반년간의 공백이 떠올랐다. 여태, 학교라는 울타리에 소속되어 있다가 세상으로 던져진 기분. 그 불안감. 내일 눈뜨면 뭘 해야 하지. 어딜 가야 하지. 막연한 불안감과 기죽음.

딸이 좋아하는 분야라 알고 싶어서 지원했다던 중년 여성분은 '젊은 사람 일자리를 내가 탐내면 안 되겠다'며 자기는 단념하겠다는 말을 하며 헤어졌다.


MZ세대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그들은 현재 사회를 차지한 젊은 세력이다. 그들의 신선한 감각과 스마트한 역량은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이다. 실제 잠시 업무를 같이 해보니 더욱 그랬다. 그래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두루 섭렵한, 그들보다 경험치가 많은 중년인 내가 할 일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변하고 있는 세상에 적응하려고 애써 배우고 있는 것이다.


20대 그 여자분은 알고 있을까? '젊음'이 최고의 경쟁력인걸. 지금의 불안함과 걱정이 세상 전부인 것 같지만, 그것 또한 지나간다는 걸. 스무 살은 더 먹은 사람이, 당신의 젊음과 전공을 매우 부러워하고 있다는 걸.

'당신은 젊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빛나는 존재라는 걸'


하지만,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나는 지금이 좋다.

극한 긴장과 커다란 선택의 순간들이 지나고

살아온 경험치가 누적되어서인지 웬만한 일들은 처리해 낼 수 있는,

못하면 도움을 청할 줄도 아는

내가 좋다.


'해보는 거지 뭐.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인생 뭐 있나?

                                                 


말하는 대로 / 처진 달팽이(유재석 & 이적)

나 스무 살 적에 하루를 견디고
불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면
내일 뭐 하지 내일 뭐 하지 걱정을 했지
두 눈을 감아도 통 잠은 안 오고
가슴은 아프도록 답답할 때
난 왜 안 되지 왜 난 안 되지 되뇌었지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곤 믿지 않았지
믿을 수 없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건 거짓말 같았지
고개를 저었지
그러던 어느 날 내 맘에 찾아온
작지만 놀라운 깨달음이
내일 뭘 할지 내일 뭘 할지 꿈꾸게 했지
사실은 한 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봤지 일으켜 세웠지 나 자신을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눈으로 본 순간
믿어보기로 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걸 알게 된 순간
고갤 끄덕였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알지 못했지 그땐 몰랐지
이젠 올 수도 없고 갈 수도 없는
힘들었던 나의 시절 나의 20대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너의 길을 가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이야기
그러나 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속 작은 이야기
지금 바로 내 마음속에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될 수 있다고
그대 믿는다면
마음먹은 대로 (내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그대 생각한 대로)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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