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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Nov 06. 2020

굿머니

모금가 김효진의 돈과 사람 이야기

책을 한 권 소개합니다.

제가 기획하고 편집한 책입니다.


<굿머니: 모금가 김효진의 돈과 사람 이야기>. 

김효진 지음 | 스무 해를 넘게 모금활동을 하고 있는 베테랑 모금가의 생각과 경험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돈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잘 모르는 돈, 그리고 그 돈이 만들어내는 미지의 세계를 다룬다. 돈을 끌어모으는 ‘빅머니’, ‘투머치머니’ 세계와 달리 굿머니 세계에서는 돈이 흘러나간다. 어떤 사람들이 이 흐르는 돈을 만지는지, 그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어 보자. 39편의 모금가 에세이. 이소노미아 | 260쪽 | 15,000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하자
두 달 동안 2,786억 원이 모금되었습니다. 


한국인은 어려운 사람을 보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기부 다혈질’입니다. 도와주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습니다. ARS 모금은 다른 나라에서는 잘 안 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성공합니다. 한국인은 남을 돕기 위해 전화기를 들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현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베테랑 모금가의 에세이집입니다. 많은 기부자를 만났고, 다양한 모금 캠페인에 관여했으며, 수많은 ‘지원받는자’를 만난 베테랑 모금가의 생각과 경험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겼습니다. 그가 겪은 인간에 대한 감동뿐만 아니라 모금가의 실수와 모욕까지, 따뜻함뿐 아니라 냉정함까지 에세이를 통해 다 보여줍니다. 


기부와 모금 이야기라고? 안 봐도 뻔한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교훈적인 메시지만이 연상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남을 위한 착한 헌신이나 공동체를 위한 희생 혹은 이타주의적 행위만으로 기부를 ‘진지하게’ 규정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라고 선언합니다. 이타주의적인 순수한 마음으로 행해지는 기부는 고작 9%, 현장 체감으로는 1%도 안 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현실은 생각만큼 이상적이지 않고 순수한 진실보다 불순한 진실이 더 많습니다. 저자는 차라리 ‘쿨하게’ 순수성을 내려놓는 건 어떠냐고 말합니다. 이런 생각이 이 책의 장점입니다. 기부와 모금에 관한 책이지만 읽는 데 부담감이 일지 않습니다. 순수함을 고집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진실된 감동이 전해집니다.



교보문고: https://bit.ly/38fvMnj

알라딘: http://aladin.kr/p/UyQ7y

예스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94780277

인터파크:https://bit.ly/36a8fli



여기까지가 책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이고요.

그렇다면, 이 책이 어떻게 기획되고 편집되었는지 

그 뒷얘기를 두 사람의 편집자의 대화(편집여담)으로 들어볼까요?


마담쿠: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상징하는 로고 좀 보여주세요.

코디정: 네.


마담쿠: 한국인 중에 이 로고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한 번쯤은 모두 봤을 거예요. 그런데 언젠가 공동모금회에 무슨 ‘비리’가 있다, 어떻게 믿고 기부하느냐, 뭐 그런 말이 나왔던 것 같아요. 혹시 아세요?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서요.


코디정: 잘 몰라요. 오래 전에 그런 얘기를 지나가면서 듣기는 했어요. 하지만 저는 흉흉한 소문을 잘 믿지 않는 편이어서요. 


마담쿠: 이 책 3장의 <악몽과 같은 그때>라는 제목의 에피소드를 편집하면서 제가 갖고 있던 나쁜 잔상이 이것이었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책 속에 사실관계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라서 문득 궁금해졌어요. 저자에게 아픈 기억인 것 같아서 선뜻 물어보지는 못하겠더라고요. 궁금하기는 하지만 중요하지는 않은 문제. 하지만 가볍게 지나치기에는 사랑의열매에 관련한 나쁜 잔상을 없애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코디정: 제가 당시 언론보도를 살펴봤어요. 아휴, 엄청 맞았더군요. 거의 모든 언론에서 ‘비리로 썩은 사랑의 열매’라고 비난했어요. 우리 국민들이 혐오하는 천태만상의 비리가 나열되어서 마치 공동모금회를 해체해야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2010년 10월과 11월 뉴스가 대부분 그런 거였어요. 그러다가 그해 12월 16일자 국민일보 <모금회 비리 매질이 너무 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꼼꼼히 들여다보니>라는 기사에서 비로소 사실관계를 차분히 살펴보더군요. 그 당시 이명박 대통령 공약 중에는 별도의 법정모금회를 설립하는 것이 있었는데 과도한 사랑의열매 때리기에는 그런 정치적인 목적도 개입되었으리라는 기사도 보였습니다. 


마담쿠: 뭐가, 문제였나요? 결론은 뭐래요?


코디정: 글쎄요. 모금비용의 집행 문제와 임직원 급여 문제 등이 지적됐어요. 사실도 있고 과장도 있고요. 어쨌든 여러 문제가 섞여 있었습니다. 아픈 이야기죠. 벌써 십 년이 지난 옛 이야기이고요.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그때 기사들이 나오니 얼마든지 독자들이 살펴볼 수 있어요. 저자의 <악몽과 같은 그때>를 아주 실감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이야 그냥 실컷 비난하면 그만이겠지만, 현장에서 활동하는 모금가들의 마음속에 그 비난이 얼마나 큰 상처로 남았을까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마담쿠: (당황) 이런, 모금가의 상처를 제가 다시 건드렸나요? 


코디정: (웃음) 아니, 설마요. 당시 기부자의 상처도 있었을 텐데요. 게다가 나쁜 기억은 항상 잊지 말고 죽비로 삼는 것도 좋잖아요. 저자도 그런 태도이고요.


마담쿠: ‘죽비로 삼는 태도’라는 말이 좋네요. 사실 시민단체도 그렇고 기부기관도 그렇고 힘써 모은 돈을 어떻게 썼느냐는 항상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잖아요. 요즘은 해마다 모든 회계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제도화되어 있어서 모금가에게도 기부자에게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기부금보다 기부자와 모금가에 시선을 둔 이 책을 편집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껴요. 저자가 직장인 평생을 사랑의열매에서 모금가로 활동했다는 점을 조금 더 강조하고 싶고요. ‘모금가’라는 단어가 참 좋았어요?


코디정: 마치 ‘음악가’, ‘화가’, ‘작가’처럼?


마담쿠: (웃음) 맞아요. 어떤 특별한 세계에서 일하는 직업군을 모르고 있었는데 새로운 단어를 접하자마자 그 세계의 존재를 단번에 알게 되는, 그런 느낌이에요. 저자의 원고를 보고, 또 ‘모금가’라는 낯선 낱말을 접하면서, 어쩐지 인생의 지경이 넓어지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아, 그렇지. 돈으로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고, 그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사이를 이어주는 사람이 있겠구나. 


코디정: 저도 그런 체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부제에 ‘모금가’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됐어요.


마담쿠: 저자가 처음 원했던 제목은 <수영을 배우는 물고기>였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굿머니>로 바꾸었고요. 


코디정: 책의 제호는 출판사의 기획단계에서 혹은 저자의 초고에서 바로 정해지지는 않아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여러 번 바뀝니다. 저자와 편집자는 함께 뜻을 모아 제호를 정하게 되는데, 내용보다는 제목을 보고 책을 선택하는 독자들이 많고, 이렇게 좋은 내용이 제목 때문에 외면당하면 안타깝기 그지없지요. 정말 좌고우면합니다.


마담쿠: 처음 <수영을 배우는 물고기>라는 제호를 보고 갸우뚱했어요. 무슨 의미지? 책은 한번 세상에 나오면 바꿀 수도 없어서 내용에 맞는 가장 좋은 제목을 정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에요.


코디정: 저도 처음에는 제목의 의미를 몰랐어요. 5장 첫 번째 에피소드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아, 겸손이며, 낮은 자세로 배우려는 항상심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다니까요. 문구를 보자마자 무슨 뜻인지 직관적으로 알아채지 못하는 표현은 제호로는 적합하지 않아요. 고심 끝에 결정된 제호가 <굿머니>였습니다. 결국 이 책은 돈 이야기니까요. 모금과 기부와 경제적인 도움, 그리고 여러 사람들 이야기. 영어 단어 Good굿은 다양한 뜻을 담고 있는 매우 깊고 풍성한 단어입니다. 그것이 Money머니와 연결되어, 이 책에 다양한 에피소드로 담긴 선한 돈, 좋은 돈, 훌륭한 돈, 행복한 돈, 건강한 돈, 즐거운 돈이라는 의미를 만들어내니까요.


마담쿠: 저도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돈을 어떻게 잘 벌 것인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빅머니’에 환호하는 세상이지요. ‘빅머니’도 ‘투머치머니’도 다 좋아요. 하지만 그게 모두 ‘배드머니’라면 얼마나 끔찍한 세상일까요?


코디정: 그래서 저자의 ‘굿머니’ 이야기가 빛나야겠지요. 


마담쿠: 이 책의 기획 이야기를 짧게 해 보지요. 몇몇 독자들은 아실 것 같습니다만, 우리 이소노미아 출판사가 <인류 천재들의 시리즈>라는 고전 전집을 펴내면서 그것을 사랑의열매의 ‘착한 권리’라는 기부 프로그램에 연계했습니다. 고전이어서 저작권은 옛날에 소멸되었지만, 그래도 저작권료에 상당하는 금액을 사랑의열매에 기부해 오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사랑의열매에서 일하는 저자를 몇 번 만났고요.


코디정: 네. 저자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데, 이분과의 대화가 매우 재미있었어요. 유쾌했고요. 거의 촌철살인급의 대사가 쏟아내셨지요. 모금과 관련된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주셨는데 좀처럼 들을 수 없는 희귀한 체험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독서량이 장난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마담쿠: 그래서 제안하셨다?


코디정: 네.


마담쿠: 당시 코디정은 어떤 컨셉의 책을 생각하셨나요?


코디정: 당시 저는 아주 여백이 많은 시적인 책을 생각했어요. 틀림없이 저자가 짧지만 매력적인 문장을 글로 담아내실 것 같고, 그러면 그 문장에 담겨 있는 넓은 마음을 독자에게 잘 전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거든요. ‘너비’만 생각했던 거지요.


마담쿠: 그런데?


코디정: 그런데 저자께서 보내주신 원고는 너비가 아니라 깊이였어요. 원고 분량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고요. 


마담쿠: 맞아요. 처음에는 우리가 좀 당황했어요. 사실 깊이만 있는 게 아니라 너비도 대단한 내용이었으니까요. 아, 저서 기획을 할 때에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가이드를 만들어서 저자와 소통해야겠구나, 저자가 평생 품고 있던 생각과 잊지 못할 경험을 모두 글 안에 담으셨구나…. 그래서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편집해야 할지 좀 무서웠습니다.


코디정: (웃음) 그래도 결국 일은 잘 되었어요. 이렇게 멋진 책이 나오게 되었으니까요. 다만 이 책에 실리지 못한 상당한 분량이 글이 있잖아요. 그건 편집자로서 저자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마담쿠: 글로 표현된 생각은 어디로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른 형태로 모이겠지요. 


코디정: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저자에게 양해를 구했어요. 아, 그런데 우리 대화에서 한 가지를 빼먹었네요. 저희가 저자에게 책을 펴내자고 제안했잖아요? 그때 저자가 웃으면서 지갑에서 모서리가 해진 쪽지 하나를 꺼냈습니다. 평생 소원 세 가지를 손글씨로 적은 메모였어요. 


마담쿠: 어떤 메모였나요?


코디정: 하나는 ‘세계 3대 폭포 가보기’였습니다. 나이아가라, 이과수, 빅토리아 폭포를 가보는 게 꿈인데 아직 한 곳도 가보지 못했대요. 다른 하나가 바로 ‘한 권의 책을 쓰기’였어요. 바로 이 책이지요. (마지막 하나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마담쿠: 멋지네요! 이 책으로 꿈 한 가지는 이뤄지겠군요.


코디정: 네. 매우 뿌듯한 일이지요. 저자의 나머지 꿈도 꼭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저는 이 책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위로를 얻었음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세상은 이런저런 고통으로 가득합니다. 2020년은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인류가 큰 위험에 직면해 있고요. 그러나 이 세상 곳곳에서 남을 돕기 위해 애쓰는 마음이 있다는 게, 순수하든 순수하지 않든, 누군가를 돕는 노력이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요. 많은 독자가 이 책에서 저처럼 위로를 얻기를 바랍니다.


마담쿠: 공감해요. ‘공감’이라고 말하고 보니까, 제2장 <따뜻한 이타주의자와 냉정한 이타주의자>에 적힌 글이 생각나요. 그 에피소드에서, 아, 정말, 제가 좀 배웠습니다.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껴요.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쓴 저자를 소개하고, 그의 에필로그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효진 |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 금천고,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했다. 동양그룹 기획조정실 홍보팀에서 일하다가 IMF 경제 위기를 맞았다. 1999년 6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입사했다. 영리 조직에서 비영리 단체로 옮기면서 삶과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중앙회 홍보실장을 하면서, 2010년 10개 대학 광고홍보학과 교수들이 선정한 ‘파워풀 홍보인 47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충북지회 사무처장, 중앙회 국민참여추진단장, 경기지회 사무처장, 중앙회 모금사업본부장, 자원개발본부장을 거쳐 현재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글 쓰는 직업이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선생님의 말씀을 마음에 담아 국문학과를 택했으나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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