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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Apr 23. 2021

수상록

정세균 에세이

교보문고: https://url.kr/blpj65

예스24: https://url.kr/xjuc3g

알라딘: http://aladin.kr/p/2PBEK


지난 40대 십 년 동안, 나는 내 머릿속에 있는 편견과 싸웠다. 편견은 대체로 남이 내 머릿속에 주입한 생각이다. 타인의 생각이다. 내 머릿속에 함부로 침투해서 편안하게 자리잡은 ‘타인의 생각’은 모두 검증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타인의 생각과 싸워왔다. 예컨대, 우리는 ‘직접’ 듣지 않고 카더라 통신으로 사람들을 판단한다. 그 대상이 '정치인'이라면 십중팔구 그러하다. 이 또한 우리들 머릿속에서 강하게 작동하는 타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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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록>, 이것이 두 번째다. 편집자로서 두 번째 정치인 책. 내게는 역사적인 실험이다. 정치인의 책을 펴낸다고 하니까 주위 사람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혹자는 라면 받침대로 쓰일 거라고, 혹자는 누가 정치인의 책을 읽겠냐고… 나는 이런 견해가 ‘지적으로’ 불쾌했다. 평소 정치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데 망설임이 없으면서, 스스로 정파적이고 당파적이면서, 막상 정치인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는 싫다? 모순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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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동안 정치인들이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목적으로 수준 낮은 책을 만들어 왔고, 그로 말미암아 독자가 읽을 만한 책이 없었던 우리네 역사가 있다. 이건 좋지 못한 역사이다. 편집자들도 게을렀다. 그런데 정치가 우리 사회, 우리네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정치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나는 그런 문화를 만드는 실험을 한다. 정치인은 독자가 읽을 만한 책을 만들고, 독자는 정치인의 책을 읽는 그런 문화. 이런 게 우리 사회를 더 좋게 만들 것이다. 결국 그들이 우리의 리더다. 리더는 팔로워에게 자기의 생각을 잘 전하고, 팔로워는 리더의 생각을 직접 듣는 그런 문화를 만드는 데 이 출판 프로젝트가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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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상록>은 정치인의 폭넓은 사유를 담았다. 먼저 책 디자인.


디자인은 예쁘고 세련되게 잘 나온 것 같다.

편집자들의 "기획의도"는 책 뒤에 붙어있는 편집여담에 수록되어 있어서

그걸 이미지로 옮긴다.

어쨌든 그러다가 총리 퇴임 후에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사령부 안쪽 이야기를 더해서 책을 출간하는 데 성공. 아, 진짜 힘들었다. 솔직히 정치인 책은 이제 다시 편집하고 싶지 않을 만큼 신경 써야 할 요소들이 많았다.


이번에는 홍보물... 홍보물은 아주 많이 만들었다. 그걸 SNS을 통해 확산 중인데 효과가 있었으면 한다. 보도자료도 인스타용으로 카드뉴스 버전으로 만들어 놓은 게 있다.




오늘, 정세균 전 총리에게 전할 물건이 있어서 비서에게 전하러 갔는데 누구냐고 묻는다. 수상록 편집자라고 하니 아주 환하게 웃으면서 반긴다. 책을 정말 잘 만들어서 너무 좋고 고맙다는 것이다. 웃으면서 물건을 전하고 돌아왔다. 또 한 소식 전해들었다. 80대 어느 할아버지가 이 책을 읽고 감동을 했다는 것이며, 글이 너무나 좋아서 대체 이걸 누가 편집했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내게 자서전을 부탁하고 싶다는 말씀도 했다면서... 자서전 편집은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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