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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May 02. 2021

수상록

자제력의 세계

국회의원을 여섯 번이나 했고, 당대표를 3번이나 했으며,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거물 정치인의 책을 편집하는 일은 부담이 많이 되는 작업이었다. '의뢰' 의해서 시작한  아니라 출판사의 '기획' 의해서 이루어지는 작업이어서 편집자가 주도권을 쥐면서 책을 펴낼  있었다. 이건 정말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지금껏  나라에서 출간된 정치인의 책은 저자의 과잉된 존재감이 편집자의 통제 없이 만개되어 있었다.  때문에 지지자가 아닌 독자라면 정치인의 과잉을 수용하기 힘들었다. 편집자의 권능이 제대로 개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 책은 93편의 에세이가 수록된 에세이집이다. 이 책의 특성을 표현하는 단어를 하나 고른다면,

'자제력'

이라는 단어를 꼽고 싶다. 저자는 굉장히 자제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자제력이 그를 이 나라의 대표 정치인으로 만들어줬을 것이다. 타인을 함부로 비난하지 않는다. 자기 능력이나 성과를 필요 이상으로 어필하지 않는다. 정치인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서사를 전하기 위해 언어를 낭비하지는 않는다. 편집자들이 조사한 자료(저자의 영웅담이 적혀 있는 공개된 자료)보다 더 순한 표현으로 자기 생각을 밝힌다. 그런 자제력이 곧 정세균이다.


그러므로 책을 편집할 때에도, 이런 저자의 '자제력'이 독자에게 잘 전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편집했다. 그 대표적인 글 중의 하나가 이 책의 제1장에 수록된 <민주투사에 대한 존경심>이다. 다른 자료에 의하면 박정희 정권에 맞서 싸운 저자의 영웅담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전두환 정권에 맞서 싸운 민주투사에 대한 존경심을 '진심'에 걸맞게 전하기 위해 자신을 자제한다. 한번 그 전문을 읽어 보자.




 책에 관통하는 정치인의 "자제력", 정치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통상 갖는 특색과는 너무나 다르고, 지금껏 출간된 정치인의 책과도 매우 다르다.  책에 마지막에 수록된 에세이 <DJ 후계자> 전문을 소개한다. <수상록> 백미와도 같은 짧은 에세이다. 자기를 자제함으로써 김대중 대통령을 더 빛낸다.



정세균 지음 <수상록> 많은 독자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어떤 독자가 내게 말하기를,  책을 읽으니 머리가 개운해졌다고 한다또 어떤 독자는 솔바람 같은 책이라고 평해줬다.


'정치인의 책'에 대한 오래된 편견과 거부감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리더' 중의 한 사람의 에세이집이며, 대한민국 국가대표급 정치인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그런 사람은 평소 어떤 생각을 하고 어째서 그가 리더가 되며 우리는 팔로워가 되는지, 그것을 느껴보는 독서라고 생각하면 그런 거부감도 좀 잦아들지 않을까.


책은 출간 2주 만에 1쇄와 2쇄가 다 팔렸다. 이제 3쇄가 나간다. 편집자의 마음으로는 이 책은 독자에게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교보문고: https://url.kr/blpj65

예스24: https://url.kr/xjuc3g

알라딘: http://aladin.kr/p/2PB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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