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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May 11. 2021

칸트의 문장 하나

순수이성비판을 읽으면서


칸트의 영문판 <순수이성비판>을 읽고 있다. 예전에 읽다가 말았는데 그냥 작정하고 다 읽기로 했다. 이런 책을 읽고 있노라면 세상사를 잊고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예전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던 것들이 이제는 쉽게 이해가 된다. 칸트 할아버지가 쉽게 설명하려고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막 느껴지는 거다. 그냥 뭐 그렇다는 얘기. 


이런 문장이 있다. 


All our intuition is nothing but the representation of appearance.


우리말로 번역하면, 

1. "모든 직관은 한낱 현상의 표상이다."


젊었을 때에는 이런 문장이 멋지게 보였지.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폼만 추구했던 시절이었다. 

같은 뜻이지만 좀더 원문에 충실하게 

뉘앙스 살려가면서 번역한다면, 

2. "우리의 모든 직관은 다름 아닌 현상의 표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식의 번역으로는 칸트가 말하려고 하는 의미를 평범한 한국인에게 전할 수 없다. intuition, representation이라는 단어가 징벌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3번. 

3. "우리의 감각적인 지식은 모두 현상에 대한 머릿속 이미지에 불과하다."


칸트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좀더 드러났다. 이런 문장에서 조금 더 친절한 마음을 더한다면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appearance까지 풀어썼다. 그래서 4번. 


4. "어떤 대상에 대해 감각을 통해 얻는 일체의 지식은 그저 우리들 머릿속에서 만들어내는 그 대상의 이미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이 자체로도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앞뒤 문장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독서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단어 자체의 난해성은 다 사라졌지 않은가? 이런 번역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언어가 좀 낭비됐으니까. 칸트의 메시지만 전하는 초월번역을 택할 수도 있다. 아주 멋지게 두 단어로만..


5. "감각은 심상이야."


하여튼, 뭐, 이런 식이다. 내가 고민하는 언어의 세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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