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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Mar 25. 2018

지식3_수태고지

수태고지

수태고지(受胎告知, ANNUNCIATION)는 대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찾아와 성령이 임하여 처녀의 몸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잉태할 것을 알려주며 마리아가 이를 받아들이는 사건을 말합니다. 성모영보라고도 합니다. 누가복음 1장 26절~38절의 내용이며 기독교에서는 매우 중요한 사건입니다. 


르네상스 시절인 15~16세기에 특히 많이 그려졌습니다. 몇몇 수태고지 그림을 여기 소개합니다.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는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 1390-1441)의 수태고지입니다. 1434년 그림입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말합니다.


“아베 그라티아 플레나(AVE GRA(TIA) PLENA)”


마리아가 말합니다.


“에체 앙칠라 도미니(ECCE ANCILLA DNI)”



한글로 풀어 보면 이렇습니다. “어서 오너라, 은총을 받은 이여”,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93x37cm의 나무 위의 유채였으나 19세기 러시아에서 캔버스로 옮겨졌습니다(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이보다 따뜻하게 표현된 가브리엘 천사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안젤리코의 프레스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얀 반 에이크는 비교적 작은 유화입니다만, 이것은 벽화입니다.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 1395-1455)의 이름의 뜻은 <천사와 같은 수도사>입니다. 실제 이름은 귀도 디 페에로(Guido di Piero)입니다.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는 1438-47년 동안 제작되었고 230x321cm의 프레스코 벽화입니다(Convent of San Marco, Florence). 여기에서는 비둘기가 없습니다.


프라 필리포 리피(Fra Fillippo Lippi, 1406-1469)의 수태고지입니다. 얀 반 에이크의 수태고지보다 9년 정도 늦게 그려진 것이고 훨씬 큽니다, 나무 위에 유화입니다(203 x 186 cm, Alte Pinakothek, Munich). 좀 분위기가 딱딱하군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도 수태고지를 그렸습니다. 1472~1475년 사이에 그려졌으며 이게 정말 다빈치가 그린 것인지 오랫동안 논란이 많았답니다. 여러 아티스트의 콜라보 작업으로 이루어졌으나 레오나르도가 완성했다고 합니다. 78x219cm의 나무 위의 유화입니다(Uffizi, Florence). 성모 마리아의 위세가 대단하고 대천사 가브리엘은 전령 같은 느낌입니다.


라파엘로도 동참하였습니다.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da Urbino, 1483-1520)의 수태고지입니다. 1502-1504년 그림입니다. 27x50cm의 캔버스 위의 템페라 유화입니다. 바티칸시티에 소장되어 있습니다(Vatican Pinacoteca, room VIII). 라파엘로의 그림은 언제나 서사가 있습니다. 무대 위 배우 같습니다.


티치아노 베첼리오(Tiziano Vecellio, 1488-1576)의 수태고지입니다. 1535년 그림입니다(Oil on canvas, 166 x 266 cm, Scuola Grande di San Rocco, Venice). 꽃과 비둘기와 성사라는 전형적인 오브젝트가 있습니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수태고지를 할 때 메추라기가 반쯤 열린 상자에 과일을 담으려 합니다. 가장 현대적인 얼굴의 마리아입니다.


엘 그레코의 특유한 화법은 수태고지에서도 드러납니다.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의 수태고지입니다. 1595-1600년 그림입니다. 91×66.5 캔버스 위의 오일입니다(Museum of Fine Arts, Budapest).


다음으로는 매혹적인 이단아 카라바조(Michelangel Merisi, “Caravaggio”, 1571-1610)의 수태고지입니다. 이 그림은 아주 많이 손상돼서 복원되었다고 하고, 카라바조의 화법은 천사 가브리엘 부분이라고 합니다. 천사는 실제 공간에서 그림 안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줌으로써 그림과 이 그림을 보는 사람 사이를 없애는 기법은 전형적인 바로크 양식이라 합니다. 1608-09. 285x205cm의 캔버스 유체입니다(Musée des Beaux-Arts de Nancy, Nancy, France).


미술사에서 르네상스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14세기 초의 수태고지 성화(the Church of St Climent in Ohrid, Macedonia)를 비교 감상하면 알 것 같습니다. 중세의 수태고지는 이처럼 무표정합니다.




(2015년 여름에 웹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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