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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Mar 26. 2018

편지7_동시

들꽃

어젯밤 딸이 잠에 들기 전에 내게 부탁이 있다고 말했다. 아빠가 시 한 편 써주면 어떠겠냐고. 무슨 주제로? <들꽃>이라는 제목의 시를 써 달라는 딸. 그래서 백만 년만에 동시를 써본다.


들꽃


아빠 어렸을 적에 살았던 동네는

가난한 도시의 구석진 곳

그림처럼 멋진 들은 없었지만

제법 놀기 좋은 밭이 있었지.


아이들은 모두 발걸음이 빨랐단다.


호박 밭에서는 호박 서리

깻잎 밭에서는 깻잎 서리

옥수수 밭에서는 옥수수 서리


겨울이 되면 밭은 들판이 된단다.


나뭇가지를 잘라 칼싸움

나무 몸통을 잘라 야구 놀이

마른나무 모아 불놀이


아이들은 모두 먼 곳을 바라봤단다.


아카시아 먹으러 산에 갔고

진달래 먹으러 산에 갔고

쑥 캐러 산에 갔고


들꽃은 아이들의 뒷모습을 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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