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8_결혼축사
결혼축사
문정원 군과 김희선 양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신부의 어머님이신 구나현 선생께서는
피아노를 치십니다.
언제나 따뜻하고 웃는 마음이십니다.
선생님 따님의 결혼이 정해지자마자
우리는 박수를 치며 거제도 앞바다를 예약했습니다.
아이들 학교도 보내지 않은 채
풍경을 따라 설렘을 따라 어제 통영에 이르렀습니다.
저희 가족을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부탁을 하나 받았습니다.
오늘 이 축복받은 섬,
거제도에서 이뤄지는 약속을 위해
신랑 신부의 전진하는 미래를 위해
메시지를 밝혀 달라는 선생님의 부탁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신랑과 신부보다 인생을 조금은 더 경험한 사람으로서
부모의 경제적인 도움 없이
아내와 함께 자립하기 위해 힘써 온 남자로서
사랑이란 무엇이며 무엇이 더 올바른 인생인지
자꾸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늙어가는 사람으로서
신부와 신랑에게 제가 먼저 깨달았던
몇 가지 이야기를 짧게 전합니다.
인생은 깁니다.
남들처럼 서두르거나 조급해하면서 인생을 허비하지 마십시오.
생각보다 인생은 깁니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 상당수는 기이하게도
과거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지난 시간을 추억하고 빠른 세월을 한탄했습니다.
과거를 추억하고 젊음을 찬양할 때에만 인생이 짧을 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생이 덧없고
고집스럽고 인색하고 서두르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디에 소속되어 있습니까?
사람의 삶은 생각보다 깁니다.
인생의 상상력을 체험하면서 낙관적으로 사십시오.
낙관적인 인생이라는 게 다소 몽롱한 표현이기는 해서
말을 이렇게 바꿔봅니다.
저는 신랑 문정원 군과 신부 김희선 양이
돈에 먹히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돈이 좋다며 돈에 먹힌 사람
돈과 싸우면서 돈에 먹힌 사람
돈을 꿈꾸며 돈에 먹힌 사람을
인상 쓰며 사는 사람들을
나는 아주 많이 목격했습니다.
그냥 손해를 보십시오.
쫓기듯이 저축하지는 마십시오.
남자가 여자에게
여자가 남자에게
서로 돈을 가늠하고 재촉하기보다는
사랑에 충실하십시오.
배우자를 위해 그 돈을 사용하고
부모를 위해 사용하며
꿈을 위해 쓰고
즐거움과 보람을 위해 쓰십시오.
돈이 적당히 부족하면
우리는 무엇이든 활동을 해야 합니다.
노동에 충실하십시오.
더 많은 경험, 더 많은 배움, 더 많은 행복을 얻습니다.
인생은 깁니다.
그 긴 세월 동안
인상 쓰며 사는 것보다
웃는 마음으로 사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얼굴과 마음이 서로 닮은 신랑과 신부의 미래가
언제나 따뜻하기를 희망합니다.
다시 한번 아름다운 시작을 축복합니다.
작고하신 신랑의 아버님 문병창 선생께서도
하늘에서 이 결혼을 흡족해하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가을에 있던 결혼식 축사. 신랑과 신부의 이름을 바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