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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Jul 15. 2022

수많은 생명을 구한 책

휴머니타리안, 솔페리노의 회상

내가 편집한 책들 2



노벨평화상 1호 수상자인 앙리 뒤낭이라는 분이 있다. 이 분이 쓴 전쟁 르포를 편집했다. 정말이지 엄청난 공부, 아, 매혹적인 깨달음을 준 책이다. 원제는 <The Memory of Solferino>이다. 내가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것은 아주 단순한 의문 때문이었다. 


- 그 잔혹하고 무자비하고 잔인했던 인류가 어째서 인도주의로 노선 변경을 하게 된 거지? 


그 이유를 찾다가 발견한 게 이 역사적인 텍스트... 인류 인도주의 운동의 시발점이 된, 감동적인 책. 기존 번역본 있었다. 심지어 대한적십자사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그 번역본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읽어 봤다. 저자의 메시지가, 무관심한 한국어로 유린되어 있었다. 마치 160년 전의 텍스트가 1600년 정도 전의 유물로 감동도 없이 방치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이 우리의 '보잘것없는' ‘한국어’이다. 그래서 대한적십자사 인도주의연구소에 전화를 걸었다. 제안했다. 고고학적 언어 작업으로 인도주의 정신을 발굴해 보자고. 그래서 2019년 2월에 <휴머니타리안>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나는 이 책을 편집하면서 살아있는 언어가 어떻게 의미를 구해내는지 증명하고 싶었다. 원리 이 책은 저자 앙리 뒤낭이 자비 출판해서 여러 명망가들에게 돌린 책이다. 정치가들, 장군들, 귀족들 등등.. 이 책은 그 소수의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 소수가 다시 국가 수반들을 설득했으며, 또 그러면서 인류의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인류에 인도주의 이념을 선물하고, 제네바협정을 만드는 초석이 됐으며, 국제적십자운동을 일으킨 마중물이었다. 메시지가 엄청난 책이므로 그 메시지에 합당한 우리말을 부여하느라 애썼던 기억이 난다. 진짜 고고학적 작업이었다. 앙리 뒤낭의 마음과 목소리를 책에 심어 놓으면, 독자가 책을 열때 뒤낭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마음이 전해지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책을 출간한 다음 다시 읽으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여, 그걸 또 수정해서 2020년 2월에 <휴머니타리안, 솔페리노의 회상>이라는 이름으로 개정판까지 냈다. 



저자의 메시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독자에게 더 나은 책을 선물하려면 아무래도 이것저것 많이 공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편집하다가 알게 된 지식이 많다... 어머나, 현대 인류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19세기 유럽의 역사를 통째로 알아버렸네. 전쟁의 디테일한 규칙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구나, 그런 인생의 나침반까지 편집자에게 선물한 책. 이 책을 편집하면서 내가 얻은 걸 얘기하자면 하루 종일도 가능하다;;; 


나는 지금도 어떻게 하면 이 책의 수명을 늘리고, 어떻게 하면 이 책에 담긴 메시지로 세상에 씨앗을 뿌릴 수 있을까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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