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윤사 수능문제 ㅋ

14번 칸트 문제 해설

by 코디정

2023년 수능 윤리와 사상 문제를 살펴 봤다.


우와, 우리 학생들이 이렇게 수준 높은 문제를 푸는구나, 대단하다, 아이들이 수준 높은 교육을 경험하고 있구나, 이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현장의 수준이구나,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위대한 사상가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에이 설마 이 정도까지? 괜히 출제교수들이 학생들 골탕 먹이려는 거 아냐?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학생 마인드로 풀어서는 안 될 거다. 굉장히 헷갈릴 것이라고 본다. 교수 마인드로 풀어야 한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는 칸트주의자니까, 우선 칸트 문제만 해설. 나중에 시간이 되면 하나씩 다 풀어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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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과 정답 |

학생처럼 풀지 말고 교수처럼 풀어야 한다는 게 요즘 수능의 경향일까? 2023 윤사 수능 14번은 문제에서 <근대 서양 사상가>, 제시문에서 ‘의지의 자율’, ‘준칙’, ‘선한 의지’, ‘의무’라는 키워드에서 임마누엘 칸트의 사상임을 알아야 한다. 칸트의 도덕철학은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관해 이러저러한 말씀을 하는 철학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인류 공통의 생각과 행동>에 관한 것임을 꼭 유념하자.


칸트에게 이성적 존재는 두 가지로 나뉜다. 신과 인류. 이성적인 존재로서 신은 절대적으로 선한 존재이며, 그러므로 신성한 의지만 있어서 어떤 행동을 스스로 하는 존재이고, 따라서 해야만 한다는 의무를 부과받지 않는다. 그러나 또 다른 이성적인 존재로서 인류는, 인류에게 부과된 보편적인 도덕 법칙을 따라야 하는 의무가 있고, 그 의무를 낳는 것이 이성이며, 그런 이성의 명령이 곧 선한 의지이다. 칸트철학에서 이성과 의지는, 개인의 이성과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인류가 지닌 이성이며, 인류가 갖고 있는 선한 의지이므로, 잘못된 행동을 안내하지 않는다. 칸트는 도덕법칙Moral law라고 했다. 즉, 중력의 법칙과 같은 자연법칙처럼 예외없이 적용되는 보편적인 법칙으로 도덕을 이해했다. 이렇게 도덕법칙을 굉장한 수준으로 올려놓으면 사람들이 함부로 도덕으로 타인을 징계하거나 비난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우리 인류는 그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많이 도덕을 빙자해서 사람들을 탄압해 왔던가!


이제, <보기>를 하나씩 검토해 보자

<ㄱ. 선의지를 함유하지 않은 도덕적 의무가 성립하는 경우가 있다.> 칸트철학을 모르는 학생은 망설일 것이다. 우리들 경험에 의하면 ‘~경우가 있다’라는 표현에 상당히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안일하게 문제를 풀어서는 안 된다. 칸트철학에 정통한 교수 입장에서 문제를 푼다. 도덕적 의무는 선의지에서 비롯된다. 원인이 없다면 결과도 없다. 선의지가 없다면 도덕적 의무도 없다. 따라서 ㄱ은 틀렸다.


<ㄴ. 보편화 가능한 준칙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부정되는 경우는 없다.> 준칙은 개인의 좌우명을 뜻한다. 칸트의 도덕철학은 딱 한 가지의 예외를 제외하고 도덕법칙에서 경험적인 내용을 모두 빼내고 ‘명령문’(정언명령)이라는 문장 형식만 남긴다. 그 예외가 바로 ‘인간을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 즉 <인간존엄성>의 선언이었다. 이것은 어느 개인의 좌우명(준칙)으로 부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맞는 문항.


<ㄷ. 도덕적 의무는 의지를 지니는 모든 존재에게 부과되어야 한다.> 의지를 지니는 모든 존재는 이성적인 존재이며, 이런 존재로는 두 가지가 있다. 인류와 신. 인류에게는 맞는 말. 그러나 신에게는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ㄷ은 틀린 문항. 그러고 보니 ㄹ은 올바른 문항일 수밖에 없네. 확인해 보자.


<ㄹ. 도덕 법칙의 내적 강제에서 생긴 준칙은 자율성에 어긋나지 않는다.> 이야, 이런 문제를 학생이 풀어낸다는 것은 칸트를 제대로 이해한 것. 즉 교수 수준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미. 도덕 법칙은 보편적인 법률이며, 법률이므로 우리들 인류의 양심을 구속한다. 그런데 칸트에게 이런 법률은 누가 만든 것일까? 바로 인류 자신이 스스로(즉, 자율적으로) 만든 법률이다(인류가 입법자). 양심의 구속, 즉 내적 강제는 인류가 스스로 하는 것이므로 자율성에 어긋나지 않는다. 칸트의 자율은 개개인의 자율 개념이 아니라 인류 차원의 자율임을 유념할 것. 참고로 인간은 자연에 속한 동물로서 자연법칙에 적용을 받는다. 자연의 일원인 한, 힘세고 굶주린 자는 누군가를 죽이고 그이의 음식을 힘으로 빼앗으려 하고, 성욕에 굶주린 자는 강간하고 싶은, 자연법칙의 적용을 받지만,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므로 그런 자연법칙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의지의 지배를 받기도 한다. 그것이 자유의지이며, 인간의 도덕적 자율성이다. 이런 의지가 낳은 의무를 어느 개인이 부정할 수 없고, 부정한다면 범죄이다.


그러므로 올바른 보기는 ㄴ, ㄹ. 정답은 ④번.


솔직히 굉장히 좋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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