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어디에 속하는 것인지
사오정이 사오정인 이유
사과 농장의 농부가 사과를 따서 바구니에 담아 왔다.
사람들이 모여 바구니에 들어있는 과일을 하나씩 꺼내서 자기가 꺼낸 사과에 대해 말하기로 한다. 다음 중 뭔가 잘못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손오공: “이 사과는 맛있어 보이네.”
저팔계: “예쁘게 생긴 사과야.”
사오정: “오렌지 중에서는 스페인 오렌지가 최고지.”
우마왕: “어머, 벌레가 파먹은 사과가 있네.”
이런 담화는 바구니에 들어있는 사과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기로 합의되어 있다. 수학에서는 이것을 ‘집합set’이라고 부른다. 참여자들의 담화는 바구니에 들어있는 사과라는 과일로 생각의 집합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생각의 집합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논점에서 벗어난 이야기라고 한다. 위 예에서 사오정이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우리는 금방 알 수 있다. 사오정은 ‘사과’로 합의된 생각의 집합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한 것이다.
똑똑한 사람이 자기 지식을 자랑하느라 사오정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경험한다. 가장 기초적인 논리 실수이자만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위 예에서 집합을 바꿔 보자.
바구니에 들어있는 것은 사과만이 아니라 다양한 과일이라고 가정해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 사례에서 사오정의 이야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처럼 전제가 된 집합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논리의 타당성이 바뀌고 만다.
두 종류의 블록block 이 마구 섞여 있다.
하나는 그 유명한 레고 블록이다.
다른 하나는 레고 블록과 완전히 다른 브리스틀 블록이라고 가정하자.
여러분에게 블록들을 연결해서 뭔가를 만드는 과제가 주어졌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아주 자연스럽고 태연하게도, 레고 블록끼리 연결하고, 브리스틀 블록끼리 연결한다. 우리들 머릿속에는 레고 블록은 레고 블록 집합에 속해 있는 것이며, 브리스틀 블록은 브리스톨 블록 집합에 속해 있는 것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두 개의 집합을 분별한 다음에 연결을 시도한다.
여기가 논리의 시작점이다.
인류의 머리는 이처럼 집합을 구별할 줄 안다. 수학 시간에 배우는 집합이론이 바로 논리를 배우는 것이었다. 아주 간단한 밴 다이어그램을 그려 보자.
전체 집합(U) 안에 A 집합과 B 집합 두 개가 들어있다. 우리는 모여서 담화를 나눈다. 담화는 여러 단어들을 연결해서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를 뜻한다. 아무 단어나 연결해서는 안 된다. 그 주제가 A 집합에 관한 것이라면, 우리는 A에 속해 있는 단어(의미)들을 연결한다. 그러면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우리들 머리가 생각한다. 만약 주제가 A 집합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누군가 B 집합에 속해 있는 단어를 연결하려고 한다면, 우리들 머리는 그런 연결이 이상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레고 블록이 A 집합이고, 브리스틀 블록이 B 집합이라고 할 때, 레고 블록을 연결하면서 B 집합에 속해 있는 블록도 연결하려고 하면 논리적으로 안 되는 것이다. ‘사과 바구니 사례’에서 바구니가 A 집합이고, 오렌지가 B 집합이라면, 사오정의 문제는 이것이었다. 사람들의 담화가 A 집합에 속해 있음에도 사오정은 B 집합에 속해 있는 것을 함부로 현재 담화에 연결했던 것이다.
사오정의 연결이 논리적으로 온당하려면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담화의 주제를 전체 집합(U)로 확장하는 방법이 그 하나요, A 집합과 B 집합 사이에 서로 교집합을 만들어서 그 교집합을 이야기하는 방법이 나머지 하나요, 아예 새로운 집합을 만들어 내는 것이 마지막 방법이다. 이런 방법이 없다면 사오정은 엉뚱한 얘기를 하는 인물일 수밖에 없다.
논리 교훈:
논리는 블록 집합과 같은 것이다.
레고는 레고끼리
브리스틀은 브리스틀끼리 연결한다.
집합이 다른 것을 연결하면
‘사오정’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