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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Dec 01. 2022

통계자료가 만드는 집합

술을 많이 마시는 나라는 어디일까?

우리는 생각의 집합 안에서 생각해야 한다. 


물론 집합의 경계가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논리는 인류의 머릿속 원리이지만, 인간의 머릿속은 그다지 시원하고 투명하게 정리되어 있지는 않다. 그런 머리를 갖고 있음에도 우리는 대화하고 토론한다. 대화와 토론이 논리적으로 행해지려면, 어쨌든 그 첫 단계에서 그것이 어디에 속하는 것인지 범위를 정해야 한다. 즉 암묵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먼저 <생각의 집합>을 정한다.


술을 많이 마시는 나라는 어디일까?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술을 많이 마시는 나라>라는 집합이 필요하다. 그런데 ‘많이 마신다’라는 것은 불명확한 표현이어서 집합 자체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무엇이든 가능한 방법을 찾아낸다. 그런 방법 중의 하나가 통계자료를 활용하는 것이다. 


통계를 이용해서 집합을 정의하면 아주 분명해진다. 아래의 표는 2000년, 그리고 2013년 통계 자료로 15세 이상 개인당 소비하는 알코올 리터를 보여준다. 44개 나라에 대한 조사 자료가 있다. 전 세계의 국가가 다 포함된 것은 아니어서 정확한 결과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생각의 집합에는 44개 나라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그 안에서 확실한 대화를 할 수 있다. 2013년에는 리투아니아가 가장 술을 많이 마시는 나라였다. 2000년에는 아일랜드였다. 한국은 OECD 평균에는 미치지 못한다. 



다음 중 가장 논리적이지 않은 말을 하는 이는 누구인가?


손오공: “아일랜드, 덴마크, 이탈리아에서 금주운동이라도 벌어졌냐? 왜 갑자기 순위가 팍 떨어진 거야?”

저팔계: “2000년과 2013년을 비교하면 순위변동이 심하지 않네.”

사오정: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하지만 술은 안 마셔.”

우마왕: “대한민국? 분발해야겠군.”

현장: “리투아니아? ㅋㅋㅋ”


현장과 우마왕은 생각의 집합 안에서 웃고 있다. 웃음을 논리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논리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다. 저팔계는 통계의 추이를 분석한다. 이런 분석은 주관적이어서 꽤 반박당할 만하다. 통계에서는 꽤 순위변동이 있기 때문이다. 손오공은 통계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추론한다. 금주운동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없지만 아일랜드, 덴마크, 이탈리아는 2000년에 비해 2013년 큰 폭으로 알코올 소비량이 줄어들었다. 어쨌든 이들 넷은 통계가 규정한 생각의 집합 안에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거나 반응한 것이다. 


그러나 사오정은 완전히 다르다. 아르헨티나는 통계 자료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아르헨티나는 이 생각의 집합에서 원소가 아니다. 그럼에도 사오정은 아르헨티나에 관해 추론한 것이다. 원소가 아닌 것을 분석하고 추론하는 것은 논리적 사고가 아니다. 그러므로 생각의 집합 바깥에 있는 것을 담화에 끌어 들이면 안 된다.  


오늘날 통계는 논리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통계 자료는 생각의 범위를 정하기도 하지만, 어떤 식으로 생각을 연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직관적인 지침을 준다. ‘인포그래픽’은 단지 시각적인 정보를 주는 게 아니다. 그 자체가 논리다.


논리 교훈
통계는 생각의 집합을 만들어 준다.
통계 안에 있을 때 논리가 되고,
그 바깥은 논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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