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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Dec 14. 2022

이태원 참사의 원인에 대하여

누가 가장 논리적이지 않은가?

논리의 시작 단계에서는 생각의 집합이 문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단계가 아니다. 

이 단계에서는 타당성 여부도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에 대하여 사람들이 대화를 한다고 가정한다. 각자가 말하는 의견을 들어 보자. 일단 그 의견의 타당성은 제쳐놓는다. 


손오공: “행정 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참사의 원인이야. 그렇게 많은 인파가 이태원 골목에 몰릴 것을 행정당국이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에서 이런 참사가 발생했다고 생각해.”
저팔계: “설령 예측을 못했다 해도 시민들이 여러 차례 위험하다면서 112 신고를 했던 거잖아? 경찰이 11건에 이르는 그런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던 것, 그것이 이번 다중밀집사고가 발생한 이유라고 생각해.”
사오정: “요즘 신종마약 적발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특히 이태원 일대를 조심해야 한다는 거야. 할로윈 행사 때 이태원 가면 마약에 노출될 수 있어.”
우마왕: “주최자가 없기 때문이야. 주최자 없는 자발적 행사는 선제적 안전관리가 쉽지 않아. 주최측이 없으면 경찰이 통제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없어.”
현장: “어째서 할로윈이야? 무분별한 외국 문화 수입 때문에 인파가 몰린 것이고, 그래서 이런 참사가 발생했다고 생각해.”


여러분은 아마도 사오정, 우마왕, 현장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논리적이지 않은 것은 누구의 의견일까? 


설령 변명처럼 들리더라도 우마왕은 ‘주최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현장은 듣는 이로 하여금 분노를 유발하기는 하지만 ‘무분별한 외국 문화 수입’이라는 이유를 개진했다. 그러므로 우마왕과 현장의 생각은 A 집합에 속해 있다. 


그런데 사오정은 A 집합이 아닌 C 집합에 속해 있다. 사오정의 견해가 타당한지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논점을 벗어났다는 것만 생각하자. 그러므로 논리력 1단계에서 사오정의 생각이 가장 논리적이지 않다. 만약 사오정이 이 상황에서 “희생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고 참사 현장에 있던 생존자들의 심리 치료를 도와줘야 한다.”라는 ‘타당한’ 의견을 개진한다면, 그럼에도 여전히 A 집합이 아닌 B 집합에 속한 것을 꺼내놓고 있기 때문에 역시 비논리적이다. 


우마왕과 현장의 생각은 논리적인 것일까? 손오공과 저팔계의 생각은 어떨까? 모두 1단계에서는 논리적이다. 그러나 3~5 단계를 거치면서 우마왕과 현장의 생각이 타인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까닭이 밝혀질 것이다.



논리 교훈
 올바르지 않은 생각이라고 해서
논리적이지 않은 건 아니다.
일단 생각의 집합 안에 있는 생각이라면 논리적이다.
그 바깥에 있다면 설령 올바르더라도 논리적인 생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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