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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Dec 14. 2022

다양한 의견 충돌

집합 개념으로 의견 충돌을 이해하기

사람은 자기에게 맞는, 달콤한, 거부감 없는 타인의 견해를 수용한다. 자기에게 맞지 않는, 쓴, 거부감 있는 견해는 수용되지 않고 배제된다. 타인의 견해가 본래 ‘맞는(맞지 않는)’, ‘달콤함(쓴)’, ‘거부감 없는(거부감 있는)’이라는 실체를 갖는 건 아니다. 우리들 머릿속에서 결정된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것은 모두 논리적인 현상이다(심지어 감정조차). 


인간의 머릿속에는 집합이 있다. 만약 그 집합에 속한다면 맞는 것이며, 달콤하며, 거부감이 없는 것이다. 만약 그 집합에 속하지 않는다면 맞지 않는 것이고, 쓰며, 거부감이 생긴다. 머릿속의 집합은 생각의 집합이며, 그 생각은 기호로 표현된다. 그 기호를 우리는 언어라 부른다.[1] 인간은 경험을 통해 데이터를 얻고, 그 데이터는 머릿속에서 언어화된다. 


타인과 대화하는 경우, ‘X = X’는 나와 타인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수용된다. 


X가 apple인 경우


'X는 사과'라고 말할 때 

나는 그것이 ‘맞기’ 때문에 ‘apple은 사과다’라는 의견을 수용한다. 영어를 모른다면 수용되지 않고 보류된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서 사과와 동일한 의미의 ‘apple’가 데이터로 기록되면, 그때 보류는 즉시 철회되고 ‘apple은 사과다’라는 의견이 수용된다. 


‘X는 과일이다’라고

상대방이 의견을 내게 말할 때에도 나는 그 의견이 맞기 때문에 수용한다. 어째서 맞는 것인가? 과일이라는 집합 속에 사과라는 X가 속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대방이

‘X는 고기다’라고 말할 때, 그것은 내게 수용되지 않는다. 내 머릿속 언어 집합에서는 ‘고기’에 ‘apple’이 속하지 않고, ‘apple’에 ‘고기’가 속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간단한 원리는 복잡한 대화에서도 일관되게 적용된다.



두 사람이 대화한다. 


손오공: 글로벌 시대에서는 더 이상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민족과 인종은 구시대의 유물이 아닐까. 시대의 변화에 맞게 더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이민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우리나라 산업 구조 자체가 이주노동자의 유입을 필요로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해. 미국처럼 다양한 얼굴과 피부색을 한 한국인이 많아지겠지.
저팔계: 우리나라는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에서 시작했으므로 이민들이 건국한 미국과는 다르지. 문화가 다른 외국인이 많아지면 사회 통합이 어려워져. 외국인들이 일자리 때문에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그만큼 한국인이 일자리를 잃는 거잖아? 사회가 불안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외국인 이민에 반대야. 우리나라 치안이 매우 좋다는 장점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민정책에 대한 이런 대화에서 서로가 서로를 공감하기 어렵다. 이론적으로는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자기 논리를 발굴하고 어필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말싸움을 반복한다. 왜냐하면 각자 자신의 생각의 집합 안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이며, 자기의 생각 집합 바깥에 있는 것과는 머릿속에서 잘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의견일치는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의 대화와 토론의 목적은 교집합을 찾아, 그 교집합의 범위 안에서 공통점을 확인하는 데 있다. 교집합은 상식과 경험으로 탐색한다. 예를 들어 위 사례에서는 현행법이 허용하고 있는 범위, 이주민의 실태에 관한 다양한 통계, 이주노동자가 필요한 산업현장의 증언 등을 찾는다. 



사오정: 부동산을 소유했다면 부동산에 관한 재산세로서 매년 보유세를 내야 해.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서, 또한 국가는 부의 재분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보유세를 부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현장: 한 사람이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벌 때마다 소득세를 납부했고, 부동산을 구입할 때에도 양도세를 냈잖아. 소유만 할 뿐인데 매년 세금을 내라고? 만약 집 한 채 있을 뿐이고 소득이 없음에도 보유세를 내야 한다니, 이건 폭력배나 하는 짓이라고.


세금 정책에 관해서는 사람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사오정은 보유세를 강력하게 징수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는 생각의 집합 안에서 생각한다. 현장은 과도한 세금은 국가가 국민의 재산을 수탈하는 것이라는 생각의 집합 안에서 생각한다. 의견 일치는 불가능하고, 대립은 첨예하며,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한다. 서로 물러서지 않으면서 정치적인 힘의 대결을 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교집합을 탐색할 수 있다. 사오정의 집합에서는 서민에게 부과되는 과도한 세금은 부의 재분배 역할을 해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현장의 집합과 연결되고, 현장의 집합에서는 과도한 부자가 서민과 같은 세 부담을 갖는다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사오정의 집합과 연결된다. 또한 부동산과 세금에 관련한 각종 통계 자료는 서로 다른 의견충돌에서 공통 영역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교집합을 찾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 


논리 교훈:
 다양한 의견충돌에서
상대방이 좀처럼 생각을 바꾸지 않는 것처럼,
나도 생각을 안 바꾼다.
이 경우 설득과 의견의 일치를 목표하기보다는 교집합을 탐구한다.


          

[1]

컴퓨터(인공지능)의 경우, 그 집합은 데이터 집합이며, 그 데이터는 디지털 기호인 0 또는 1로 표현된다. 

인간의 논리 규칙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컴퓨터의 경우’를 생각해서 비교해 보면 대체로 이해할 수 있다. 

컴퓨터가 인간의 논리 규칙을 모방해서 설계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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