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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May 17. 2018

편지12_북디자인

디자이너 혹은 편집자에게

가족과 함께 서점에 가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지요. 서점에서 좋은 책을 찾을 수 있다면 하루의 행운으로 충분합니다. 각자 한 권씩 책을 샀고, 나는 두 권을 샀습니다. 제프 시올레티의 <애주가의 모험>이라는 책과 사이먼 가필드의 <투더레터>라는 이름의 책입니다.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읽어 봐야 알겠습니다만, 어쨌든 이런 책을 펴낸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을 품습니다.


그러나 <투더레터>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매우 비관적입니다. 북디자인은 대체로 내지 디자인과 표지 디자인으로 나뉘고 한 명의 디자이너가 모든 작업을 다 해낼 수도 있지만, 서로 다른 디자이너가 내지와 표지를 각각 작업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아마도 한 명의 디자이너가 작업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심미성에 예민한 감각을 가진 디자이너입니다. 그러나 표지 디자인에서 두 가지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습니다.


표지에 자켓을 둘렀습니다. 이 자켓은 매우 얇은 재생지입니다.


   첫째, <저자 정보>를 책에 미수록했습니다.

자켓 안쪽은 그림과 같습니다. 이 자켓의 안쪽으로 접힌 날개에 저자와 옮긴이에 대한 소개가 적혀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여기에만 저자와 번역자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자켓은 책이 아닙니다. 자켓이 훼손되거나 버려지는 경우, 독자는 저자와 번역자 정보를 얻을 수 없습니다. 자켓에 필수정보가 기재되었더라도, 책 자체에도 그 정보가 기재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실수는 근래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지요. 어쨌든 자켓은 책이 아닙니다. 책의 표지를 보호하고 홍보해주는 역할을 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북디자인의 본질은 책을 디자인하는 것이지 언제든지 벗어던질 수 있는 껍데기를 디자인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무엇일까요? <재질>입니다.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자켓이 매우 얇습니다. 재생지 같은 재질이어서 습기에 취약합니다. 습도가 많은 곳에서는 구부러집니다. 자켓을 벗으면 진짜 표지가 나오는데 이 표지조차 튼튼하지 않고 습도에 취약하며 금방 찢어질 것 같은 재질입니다. 표지로서 기능할 수 없는 재질을 디자이너가 선택한 것이지요. 아무리 600쪽이 넘는 분량의 책이어서 두께감을 줄여보기 위한 시도였다고는 해도, 책값이 25000원입니다. 가격에 걸맞도록 노력해야 하지요. 내지 디자인은 훌륭합니다. 아마 책 내용도 훌륭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양장 혹은 반양장으로 표지의 형태를 잡고, 그 형태에 맞는 재질의 종이를 써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에게 <형태>와 <재질>, 이 두 가지를 빼면 무엇이 남습니까? 부끄러움이 남습니다.



(미와 디자인에 대한 나 자신의 취향을 빼고 말한다면 - 그런 게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내지 디자인은 상당히 좋습니다. 서체는 4개를 사용했더군요. 편지 느낌이 풍부하게 전해질 수 있는 클래식한 서체를 선택했고, 그러면서도 각주에서는 모던함을 느끼게 하는 서체를 사용했습니다. 너무 과하지 않게 서체를 잡아주고 레이아웃을 정하며 적절하게 장식을 사용했습니다. 재능 있는 디자이너입니다. 그러나 표지 디자인은 안타까운 수준입니다. 누구도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다니, 결국 편집자에게도 과오가 있겠지요.


책의 내용은 어떨까요? 편집은 어떻게 잘 해냈을까요? 이제부터 들여다봅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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