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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Aug 03. 2019

불화수소

10호 | 문과도 이해하는 과학이야기

불화수소(HF)


브레이킹 배드(Braking Bad)라는 미국 TV 드라마 시리즈(2008~2013)가 있습니다. 주인공 월터 화이트가 맹독 액체로 시체를 녹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의 액체가 불산입니다. 플루오린화 수소산(Hydrofluoric acid)이라고 부르지요. 불화수소(HF: Hydrogen Fluoride)를 물에 녹인 수용액입니다. 물론 드라마 장면은 과학적으로 매우 과장된 얘기여서 그 정도까지 무엇이든 녹이지는 않습니다.


불화수소는 프랑스 화학자 에드몽 프레미(Edmond Fremy 1814~1894)가 발견했습니다. 끓는점이 19.5도로 상온에서는 기체로 존재합니다. 액체로 보관하려면 온도를 낮춰줘야겠지요. 플라스틱이나 내부식성 표면처리를 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탱크 혹은 실린더 안에 보관해야 합니다. 유리 실린더 안에 넣으면 큰일 납니다.

유리를 녹이거든요.


애칭가스(Etching Gas)라고도 불립니다. 불화수소는 물에 아주 잘 녹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불화수소가 물에 녹으면 불산이 됩니다.


불화수소는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에어컨이나 냉장고 냉매로 옛날에는 프레온 가스를 이용했지요. 그런데 그게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었습니다. 대체 냉매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찾아냈지요. 수소불화올레핀(HFO)계 냉매입니다. 불화수소의 60% 정도가 이 대체 냉매로 사용되고 있답니다.


그밖에도 제초제, 의약품, 가솔린, 스테인리스 제품, 알루미늄, 플라스틱, 전기부품, 백열등 등을 제조하는 데에도 널리 사용됩니다. 불산은 유리를 식각하거나 먼지를 제거하고 놋쇠와 크리스탈을 관리하는 데에도 이용됩니다. 무엇보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웨이퍼 표면 산화막을 식각하거나 세정할 때 불화수소를 사용합니다. 또한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데에도 이용됩니다. 그런데....


불화수소와 불산은
매우, 매우 위험합니다.


엄격한 안전관리를 준수, 또 준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불산이 사람에게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하지요. 가스를 흡입하거나 피부와 접촉하면, 염산이나 황산과 달리 인체 안으로 들어갑니다. 거기서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장기와 골수조직까지 부식시킵니다. 생명을 갉아먹는 약품이라는 말씀.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인간의 실수란 늘 생기게 마련입니다. 2012. 9. 27. 경상북도 구미시 산동면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불화수소 누출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소, 개, 닭, 염소, 토끼 등 3,654 마리의 가축이 도살되었습니다. 사람이라고 무사할 리 없지요. 5명이 사망했습니다. 18명이 부상을 당했고요.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경찰, 인근 주민 등 1만 2천여 명이 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았습니다. 건물, 차량, 농작물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요. 차량 1954대가 부식 피해를 봤다고 합니다.


이렇게 위험한 화합물이 또 그렇게나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되는 불화수소의 90%를 일본기업에 의존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난리가 났지요. 기술적으로 살펴보면 일본 기업만이 순도 높은 불화수소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유럽 기업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만들 수 있겠지요.


하지만 막상 이렇게 위험한 화합물을 제조하고 보관하려고 보면 여간 골칫거리가 아닙니다. 어쩌면 큰 위험을 다른 나라 기업에 외주를 줘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사고위험을 일본에 넘긴 것이지요. 문제를 해결하라고 국가와 정치가 있는 법이니 앞으로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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