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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Aug 04. 2019

아질산나트륨

11호 | 다 같이 모르는 생활이야기

아질산나트륨


보톨리눔(Clostridium botulinum)을 아시나요? 식중독을 일으킵니다. 최고의 맹독이지요. 신경마비를 초래합니다. 생화학무기로도 검토된 적이 있답니다. 식품을 통해 보톨리눔균이 종종 인체에 침투합니다. 5~10%의 사망률입니다. 라틴어로 소시지를 botulus라고 합니다. 소시지에서 이 박테리아의 이름이 유래되었지요. 소시지를 먹은 다음 기묘하게도 사람이 죽으니 이를 소시지독이라고 불렀다는 것입니다. 19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그 세균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보톡스 주사에 사용되는 그 독소입니다.


어쨌든 소시지는 위험합니다. 소시지의 친구인 베이컨, 스팸, 햄, 살라미, 핫도그, 육류통조림 등의 가공육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보톨리눔균을 걱정해야 합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인류는 소금을 이용해서 가공육을 관리했지만 소금만으로는 이 세균을 다스릴 수 없었습니다. 20세기 초, 마침내 유용한 물질을 찾아냈지요.


보톨리눔을 없애주는 물질,
아질산나트륨(Sodium Nitrite, NaNO2)입니다.



이 무기화합물을 가공육에 팍팍 뿌려주세요. 그러면 보툴리눔균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아질산나트륨의 효능은 박테리아 생육을 억제하는 역할만이 아니었습니다. 가공육 특유의 붉은색을 만들어줍니다. 거무튀튀해져야 할 가공육이 아질산나트륨을 만나면?


 먹음직스럽게 핑크빛을 유지합니다.


풍미도 향상됩니다. 고기가 산화되면 악취를 풍기지요. 아질산나트륨은 훌륭한 산화억제제로 작용한답니다. 악취를 잡아줍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가공육을 만드는 업자들이 이 아질산나트륨을 얼마나 사랑하겠습니까. 아질산나트륨만 한 것이 없습니다. 정성껏 뿌려줍니다. 가공육은 날개 달린 듯 팔렸지요. 사람들의 체중은 늘어났고요.


과유불급이라고 하던가요. 희노란 화합물 가루를 마구 뿌려대니 인체에 해롭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워졌습니다. 과학자들이 연구했습니다. 1970년대 과학자들은 130도 이상의 온도에서 아질산나트륨이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nitrosamine)으로 변환될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위험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가공업자들이 재빠르게 응수했지요.


니트로사민의 형성을 억제하는
비타민 C를 가공육에 첨가했습니다.


여러 논쟁이 있습니다.

아질산나트륨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부터, 아질산나트륨 자체는 안전하므로 규제조차 필요 없다는 주장까지 있어요. 어느 쪽 주장이 옳을까요?


아질산나트륨(Sodium Nitrite, NaNO2)은 질산나트륨(Sodium nitrate, NaNO3)과는 다릅니다. 질산나트륨은 그다지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가 안심하고 먹는 채소에 함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 공기 중에서 가장 많은 원소가 무엇입니까? 질소잖아요? 나트륨(소듐)은 지구 지각 원소 중에서 6번째로 많은 금속입니다. 그러니까 질산나트륨까지 문제라면 우리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게 드물겠지요.


어쨌든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은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들이 연구되었지만 아직 결정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입니다. 그리고 논쟁 당사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결론도 있는 것 같더군요. <가공육을 너무 많이 먹으면 바람직하지 않다>입니다.


생육은? 괜찮습니다.


가공육에만 아질산나트륨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가공육을 슬로우하게 익혀서 먹으면 논란에서 벗어나겠군요. 슬로우 음식은 항상 좋은 해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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