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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Aug 04. 2019

유리

12호 | 문과도 이해하는 과학이야기

유리Glass


유리는 고체입니다. 좀 특별납니다. 다른 고체와 달리 비결정질입니다. 형태를 이루는 원자들의 상호관계가 무질서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유리의 주성분은 이산화규소(SiO2: Silicon dioxide)입니다. 실리카(Silica)라고도 부릅니다. 우리 지구가 인간에게 선물한 가장 흔하고 많은 광물이지요. 반도체소자에서 필수적으로 쓰이는 산화막이라는 게 있는데 그것도 같은 성분이예요. SiO2이지요.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실리카는 석영(Quartz)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석영과 달리,


유리는 순수하지 않습니다.
혼합물입니다.


이것저것 알맞게 섞고 열을 가해서 다양한 유리를 만듭니다. 그런데,


모래에는 실리카가 풍부합니다.


그래서 모래로 유리를 만든다고 말하는 것이지요.


최초의 유리는 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원전 3600전 메소포타미아 문명 혹은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헬레니즘 시대의 아름다운 고대 그리스 유리 항아리와 로마시대의 유리컵은 지금도 박물관에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유리는 서양의 오래된 비즈였습니다. 사치품이었지요. 극동 지역에서는 뒤늦게 발전했다고 합니다. 유리만큼이나 멋지고 빛나는 도자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유리제조기술은 오래됐습니다. 예부터 공예품으로 사랑받아 왔지요. 지금도 전통적인 기법으로 유리 공예를 하는 장인이 있고 그중에는 베니스의 유리 장인이 유명합니다. 도자기, 스테인리스, 각종 플라스틱도 있지만 시원시원하게 유리로 그릇과 병을 만듭니다. 유리는 잘 깨지는 게 문제입니다. 하지만 내산성이 뛰어납니다. 염산이나 질산을 담아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실험실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광학기기에도, 통신용 광섬유로도, 반도체 기판으로도 사용합니다. 빛을 투과시키지만 한쪽을 코팅하면 빛을 반사해서 거울이 됩니다.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어디에서든 유리가 보입니다. 19세기에 이르자 우리 인류는 산업용으로 유리를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건축자재로 기능할 수 있는 판유리를 제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1851년 벽과 지붕을 유리로 만든 건물이 런던에 세워졌습니다. 수정궁(The Crystal Palace)이라고 불린 기념비적인 건물입니다(불행히도 1936년 11월 30일 화재로 전소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지요).

기술은 계속 진보하면서 더욱 강화된 판유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손으로 때리고 발로 차도 유리는 깨지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만들려면 당연히 튼튼한 판유리가 필요합니다. 십 년 전에는 일본 유리회사 특허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세계 1위 자동차용 판유리 회사는 프랑스 기업(Saint-Gobain상고방)이었고, 세계 2위는 아사히 글래스였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유리가 없는 IT 기술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LCD이든 OLED이든 모니터에는 반드시 유리를 사용하지요. 코닝 사는 고릴라 글래스(Gorilla Glass)라는 디스플레이용 강화 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충격과 긁힘에 강합니다. 사람의 웬만한 힘으로는 깰 수가 없지요.


유리가 없었다면 안경도 없었겠지요. 그렇다면 근시를 갖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불행했겠습니까. 최초의 안경은 1290년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볼록하거나 오목한 유리 렌즈를 만지며 유심히 관찰하다가 문득 망원경의 원리도 알아냈겠지요. 1608년 네덜란드인 한스 리퍼세이(Hans Lippershey)가 그런 사람입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이제 막 발명된 망원경을 보고 무엇을 했을까요? 밤마다 천체를 관찰했습니다. 목성(Jupiter)의 위성 4개를 발견해 냈지요.


우리는 그것을 갈릴레오 위성이라고 부릅니다. 그때가 1609년 한 해가 저물 무렵의 겨울이었습니다. 주피터(제우스)의 연인 이름을 붙였지요.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입니다. 본격 천문학의 시작은 유리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해도 허언은 아니겠지요. 그 무렵 현미경도 만들어졌습니다.


유리는 투명하고 약합니다. 색이 없고 잘 깨집니다. 그러나 옛날부터 온갖 색깔의 유리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강철만큼이나 강한 유리도 있고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유리는 혼합물입니다. 이것저것 섞을 수 있지요. 무엇을 섞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집니다. 혼합물에 어떤 처리를 하느냐에 따라 강도가 달라집니다.


주로 금속을 섞습니다.


산화철을 섞으면 쪽빛을 띕니다. 황을 섞으면 노란빛의 유리를 만들 수 있고요. 망간을 더하면 보랏빛이 됩니다. 니켈, 크롬, 카드뮴, 우라늄, 티타늄 등의 금속을 섞어서 다양한 색유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산화납을 섞을 수도 있었지요. 10% 이상의 산화납을 섞어서 유리를 만든다면 그것을 우리는 ‘크리스탈’이라고 부릅니다.


성스럽고 아름다운 장소에는 스테인드 글라스(Stained glass)가 창문을 수놓고 있지요. 다음은 바르셀로나 카탈라냐 음악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입니다.


이 스테인드글라스는 미국 텍사스 달라스에 있는<Thanks-Giving Square>의 스테인드글라스입니다.


그 옛날 유리는 공예품이었고 예술의 영역에 속했습니다. 하지만 모래에서 비롯된 이 아름다운 혼합물은 여전히 무엇을 어떻게 섞고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정해질 미지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대 산업 기술자는 확신을 하지요.
유리 만한 게 없다고요. 우리 생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첨단기술입니다. 그 유래가 깊습니다.

참고자료

https://youtu.be/UUGoVW189pw

이탈리아 베니스 무라노섬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유리세공 장인들이 있는 곳이지요. 무라노 장인이 유리 공예품을 만드는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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