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호 | 다 같이 모르는 생활이야기
한국과 일본, 나라마다 운전방향이 다른 이유
https://youtu.be/FQU4oFDNchQ
어떤 나라에서는 자동차가 우측에서 달리고(Right Hand Traffic), 또 어떤 나라는 자동차가 좌측 도로로 운행합니다(Left Hand Traffic). 전자는 운전대가 왼쪽에 있고(Left Hand Drive), 후자의 경우 오른쪽에 운전대가 있지요(Right Hand Drive).
지도를 한번 보세요. https://bit.ly/314rbgV.
전 세계의 3/4는 우리나라와 같습니다. 우리 한국인은, 대개의 다른 지구인처럼, 자동차 운전석은 좌측에 있어야 하며 당연히 오른쪽 도로에서 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반대인 영국, 일본, 호주, 태국, 인도네시아는 이상한 나라처럼 보이는군요. 하지만 지금도 인류 인구의 35%는 좌측도로로 주행합니다. 백년 전만 해도 양쪽이 막상막하였고요.
어째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그 유래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흥미진진한 역사가 여기에도 있답니다. 프랑스혁명이 등장하지요. 이것을 살펴보기 전에 자동차 이전에 도로를 활보하던 ‘탈것’이 무엇이었을까요. 마차입니다. 그 이전에는 말입니다. 말을 타고 다니는 이들은 남다른 계층에 속했습니다. 기사입니다. 대개 왼쪽에 칼을 차고 오른손으로 칼을 뽑았습니다. 호전적인 시대였지요. 언제든지 칼을 뽑아 재빠르게 적수를 상대해야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말은 좌측주행합니다. ‘왼쪽주의’가 먼저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18세기에 이르러 프랑스와 미국 농장에서는 ‘짐’ 마차를 본격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필의 말이 끄는 이 마차에는 운전석이 따로 없었지요. 운전수는 그냥 짐마차 좌측 뒤쪽에 앉았습니다. 오른손으로 채찍을 이용하기 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도로 위의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뭔가를 주고받기도 해야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짐마차는 도로의 오른쪽을 주행하고 길가의 사람들은 왼쪽에 있기를 원했다는 것이지요.
짐마차를 끄는 사람들이 귀족은 아니겠지요. 농민입니다. 귀한 ‘승용’ 마차를 타고 다니던 귀족은 어땠을까요? 앞서 말했던 기사들의 습관 때문이었을까요? 그들은 좌측에서 주행하는 것을 선호했다고 합니다. 1789년 기념비적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프랑스혁명입니다. 두려움에 떤 귀족들은 슬그머니 오른쪽에 있는 농민들의 대열로 자리를 옮겼대요. 그 후 1794년 파리에 포고령이 떨어집니다. 우측주행을 해야 한다고 말이지요. 이어 프랑스 제1제정이 들어섰고 나폴레옹 황제(1769-1821)는 혁명의 유산인 ‘오른쪽주의’를 유럽에 확산시켰습니다. 한편 최초의 공식 우측통행 ‘규정’은 러시아의 옐리자베타 페트로브나 여제(1709-1762)의 1752년 도로 칙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폴레옹이 유럽을 완전히 손아귀에 넣은 것은 아니었지요. 대영제국은 뻣뻣하게 저항했습니다. 영국의 도움을 받은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폴레옹에게서 신성로마제국을 해체당한 오스트리아 제국도 줄곧 칼을 갈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나폴레옹의 ‘오른쪽주의’를 거절하고 ‘왼쪽주의’를 고수했습니다. 유럽은 이렇게 우측주행과 좌측주행 진영으로 나뉘었고, 이는 전세계 도처에 있는 유럽의 식민지로 퍼졌습니다. 대영제국의 식민지는 모두 좌측주행이었고, 프랑스의 식민지는 우측주행이었습니다.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였지요. 그러므로 처음에는 좌측주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독립 후 영국 색채를 빠르게 지우고 싶었습니다. 우측주행을 택한 유럽 각지에서 온 이민자들의 영향도 무시 못했겠지요. 프랑스의 영향도 있었고요. 1792년 펜실베니아에서 처음으로 우측통행 법규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점차 퍼져나갔습니다. 캐나다는 오랫동안 오른쪽주의와 왼쪽주의가 서로 타협없이 경합했습니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퀘백주에서는 당연히 오른쪽주의였습니다. 영국의 영향이 강한 지역은 왼쪽주의였고요. 그러다가 1949년이 되어서야 캐나다는 오른쪽주의로 국가가 통일되었다고 합니다.
20세기 들어 우측주행은 유럽 전역에 퍼져나갔습니다. 히틀러는 오스트리아를 병합한 다음 우측주행을 선포했습니다. 스웨덴이 가장 늦었군요. 1967년에야 좌측주행을 버리고 우측주행으로 바꿉니다. 일본은 지금까지 좌측주행을 고수하는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일본 정부는 19세기 후반 철도를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일본을 돕던 영국인들이 자기들 방식으로 철도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합니다. 좌측주행으로 말이지요. 우리나라는 어땠을까요? 처음에는 우측주행을 하려고 했답니다. 좋은 발상이었지요. 그러나 곧 나라를 빼앗겼습니다. 일본 방식으로 좌측주행이 되고 말았습니다. 해방 후 오른쪽주의자들인 미군이 들어왔습니다. 미군 군용차는 오른쪽을 달렸고 왼쪽에 핸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한국도 우측주행을 하게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