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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Mar 20. 2020

동서양의 역사관이 다르다?

서양의 역사관은 ‘직선형’'이며,

동양의 역사관은 ‘원형’이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이 친구는 사고 20대에 머물러 있군.'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때의 역사는 산업의 역사가 아니라 ‘정신’의 역사를 지칭한다.


우리나라 학원교육의 빛나는 장점은,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간단하고 명쾌하게 정리해주는 강사의 정리술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게 또 아주 큰 단점도 있어서 일단 한 번 정리되면 그 정리가 화석처럼 굳어져서는 그 정리를 의심하거나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편향을 낳는다는 것이다. 세상사가 그렇게 간단간단하게 착착 치우면서 정리되면 참 좋겠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서양의 역사관과 동양의 역사관을 그렇게 구별하는 견해는, 마치 예수재림으로 이 세계의 종말이 도래하고 그것을 구원으로 여기는 일부 혹은 대부분의 기독교 교리를 서양의 역사관으로 매칭하고, 윤회설 교리를 갖는 불교를 동양의 역사관으로 매칭하는 생각이겠지. 20대 접한, 헤겔의 영향을 받은 유물사관도 역사는 직선적이라고 가르치긴 했다.


하지만 동서양의 섞여 있는 오늘날,

그런 역사관의 차이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선악이 인류Humanity의 관점으로 격상된 다음에는, 그 이전의 인종, 신분, 종교, 민족, 지역에 기초한 구별은 부차적인 의미만을 지닐 뿐이다. 서양의 역사관과 동양의 역사관을 분별해서 ‘현재’와 ‘미래’에 써먹을 만한 좋은 가치가 없다는 얘기다. 또,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과거’를 이해하는 데에도 부적합하다. 


기독교의 교리만 해도 그렇다. 

한국의 유별난 개신교가 종말론의 최후심판에 집착하지만, 본래 서양의 정신은 종말론보다는 “너희가 시작을 아는가?” 천지가 어떻게 창조되었고, 우리가 어디에서 나왔는가에 대한 물음과 답변에 있다. (신분과 사회질서도 ‘시작’에 의해 결정되었지 어떤 ‘끝’에 의해서는 좀처럼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19세기 이후 서양에서는 과학과 학문이 종교와 신앙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를 탐구하는 것이 학문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진화론이 다른 한편으로는 빅뱅이론이 서양의 학문에서 매우 큰 무게를 지닌다. 이는 지금 우리 동양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한편, 윤회설은 불교의 교리였지만

서양에서도 윤회설이 있었다. 그 대표적인 학자가 피타고라스였다. 불교의 윤회설이 동양의 정신을 를 독점하는 것도 아니다. 동양에는 유교와 도교 등 다양한 종교와 민간신앙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동양의 신화와 설화와 민간신앙에서 역사가 원형으로 윤회함을 말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인류의 역사는 계속 발전해 왔다.

그 ‘시작’을 언제쯤으로 봐야 할까? 탄소연대측정으로 호모사피엔스의 시점을 추적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나는 그런 수백 만 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보다는 문자가 나오고 기록이 전해지기 시작한 기원전 3,000년 무렵을 우리 인류의 진정한 시작점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반 만 년으로 본다는 얘기다. 5000년 중 4900 년 동안 우리는 경계를 초월한 보편적인 인류애를 몰랐다. 5000년 중 4900년을 지나서야 여성이 사회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 뿐이며, 5000년 중 4950년이 지나서야 인류가 전쟁하다 다 멸종할 수 있겠다는 위협을 느꼈고, 5000년 중 4980년이 지나서야 환경문제로 지구가 망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더이상 동서양의 역사관을

구별해서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이미 우리 인류는 경계를 넘어서 한곳에 모였다. 인류의 역사를 생각할 때인 것이다. 직선형이건 원형이건 마름모꼴이건 이제 우리는 다함께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얘기해야 할 터인데, 지금껏 대부분의 시간 동안 경계를 넘어서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함께 얘기한 경험이 별로 없다는… 인류는 이렇게나 서툴다.


그러면서 모든 대륙의 인류는 똑같은 인류다.

더이상의 무지한 역사관 구별은 흥미롭지 않다. 유용하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다. 서양의 역사관이나 동양의 역사관 같은 것은 없다. 미신이나 흑역사에 불과하다. 과거 우리가 몰랐거나 경시했던 인류애와 인류의 미래를 우리가 드디어 발견해 냈다는 것만을 기억하고 앞으로의 역사를 인류가 다함께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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