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에 겨울 (21년 12월)

그렇게 찾아온 두 번째 겨울, 직접 마주하니 좋구나

by 홍윤표

2021년 12월, 그렇게 추운 겨울에도 우리 아들은 걸음마를 쉬는 법이 없었다. 눈이 펑펑 내린 어느 날, 아들은 처음 보는 눈의 모습을 보고 들뜬 마음에 눈을 열심히 밟아보고 헤집어 보았다. 그렇게 놀기를 한 5분여간 했을까. 지난해 겨울은 100일 채 되지 않아 밖에 나올 일이 없었던 아들은 직접 맞이하는 인생 첫 번째 겨울의 매서움을 온몸으로 느꼈나 보다. 또한 차가운 눈이 주는 통증이 계속 지속되는 것이 싫었는지 울기 시작했다. 어쩐지 웬일로 무엇이든 관찰하고 행동하기 전에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아들이 아무런 견제 없이 눈을 맞이하더라니. 그렇게 아들을 부랴부랴 목도리 등으로 꽁꽁 싸매고 실내로 들어왔다. 눈이랑은 다음에 또 친해지면 되니까.

연말이라 그런지 여러 가지 파티 음식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 때마침 집에 오븐기가 있어 연말 파티 분위기도 나면서 아들도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아란치니'를 생각해 냈다. 생각보다 음식의 메커니즘은 단순했고 재료가 다양할수록 풍미가 느껴지는 듯하여 갖가지 채소와 고기를 다져서 정성껏 만들었다. 아들은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지만 다행히 맛있게 잘 먹어주었다. 그리고 이때 당시 한창 아들은 딸기에 빠져있어서 모든 밥상에 딸기를 후식으로 제공했던 기억이 난다. 육아 선배 중 한 분이 "예민한 아이들은 밥상 앞에서 아주 묘기 대행진이야. 묘기 대행진. 우리 애는 그맘때쯤에 딸기를 주면 어쩜 딸기씨만 쏙쏙 걸러서 안 먹던지. 환장하는 줄 알았다니까." 라며 성토했던 것이 떠올랐다. 다행히 우리 아들은 먹는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예민했던 것 같다.

연말연시 거리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을 참 좋아하지만, 장시간 밖에 오래 있기 힘들어하는 아들을 위해서 실내 활동 위주로 놀거리를 제공했던 기억이 있다. 확실히 아들은 몇 달 전보다 키즈카페에서 훨씬 자유롭고 신나게 시간을 보낼 줄 알게 되었다. 트램펄린을 직접 오르내리며 스스로 협응력과 균형감을 기를 줄도 알고, 미끄럼틀도 아빠의 도움 없이 알아서 타고 내려올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도 붙었다. 새로운 놀잇감을 마주할 때 항상 아빠 품에 안겨 두려움을 해소했던 아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아들의 괄목상대할 만한 성장은 올해가 가기 전 우리 부부에게 주는 일종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그렇게 12월 31일, 장인어른과 처남이 아들을 데리고 넷이서 근처 찜질방을 다녀오자고 하셨다. 인생 첫 찜질방인 만큼 처음부터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가슴 한편에 담고 찜질방으로 발길을 향했다. 아들은 찜질방이 주는 밝고 따뜻한 분위기에 금방 적응했고 2~30도 정도 되는 '편백나무방' 같은 곳에서 나름 인생 첫 사우나를 즐겼다. 잘 놀고 즐겁게 놀던 아들은 어느 순간 남자들만 함께 하는 시간이 어색했는지 울기 시작했고 1시간이 채 못되어 밖으로 나가 엄마를 만나기를 원했다. 언제 어디서든 아빠만 있으면 늘 안정을 취했고 아빠 품이 아니면 잠이 들지 않았던 아들이 서서히 엄마의 부재에 불안감을 느끼던 시기였다. 돌 전후로 아들들은 엄마를 유난히 더 많이 의지하고 찾게 된다고 하던데 우리 아들도 예외는 아니었는 모양이다.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2021년이 마무리되었다. 육아라는 것이 생각보다 육체,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을 알았으나 무엇보다도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된 아주 의미 있는 한 해였다. 드디어 2022년이 새해가 밝았고 곧 있으면 둘째가 태어난다. 2021년보다 좀 더 풍성한 추억을 선사해 줄 2022년이 되길 기원하며 아들에게 한 마디 건넨다. "Happy new year!!"


"그런데 얼른 아들
어린이집 알아봐야 되는데...
소식이 없네..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