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타니 경마 잡히고 싶다는 속담이 있다. 지나가던 나그네가 길을 가다 우연히 말을 타고 가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말을 부리는 마부까지 부려서 길을 가고 싶어 한다는 뜻으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을 비유한 표현이다. 선조들의 지혜로움이 신통하다는 것을 대변하듯, 돌맞이 행사 전후로 부쩍 걷고 뛰는 데 익숙해진 아들은 집 밖에 자주 나가고 싶어 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집중력은 채 5분을 가지 못했고 엄마아빠의 신발을 갖고 와 성토대회를 하기 시작하던 때이다. 한낮은 밖에 나가 걷는 게 문제 되지 않았지만 그 외의 시간은 날씨가 많이 쌀쌀해진 탓에 우리는 인근 복합쇼핑몰을 자주 방문했다.
아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쇼핑몰에 도착하자마자 자기를 걷게 해 달라며 아빠 품에서 버둥거린다. 진정한 자신만의 쇼 타임을 실행하기 위해서다. 보이는 곳, 자기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은 어디든지 놀이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부부의 신경은 이때부터 많이 곤두서있던 것 같다. 혹여 우리 아들이 옷가게에 가서 진열된 옷을 마구 훼손하지는 않을지, 함부로 진열된 침대나 소파에 뒹굴어 제품을 더럽히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며 아들 뒤를 종종 쫓아다녔다. 그중에서도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곳은 대형 스포츠 용품 판매점이었다. 알록달록한 공을 직접 손과 발로 만지고 굴리며 탐색하기도 하고 조그마한 트램펄린 위에 올라가 몸을 씰룩거리며 반동을 직접 느껴보기도 한다. 오감을 통해 주어지는 자극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재미를 본격적으로 느끼던 시기였고 우리 부부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최대한 존중해 주었다. 단,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사람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어나 점포 이리저리 만나는 직원이나 아르바이트 생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한다. 정확하게 발음할 수는 없지만 억양과 강세 등에서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어렴풋이 해내는 것 같다.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에게 '안녕' , '바이바이' 등을 손을 흔들어가며 적극적으로 표현하던 무렵. 우리 부부는 아들이 늘 모든 사람에게 그런 친절한 인사를 건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럼 어느 사람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다가가느냐.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며 친절한 목소리로 응대하는 2~30대가량으로 추정되는 단발머리 여성 직원"
카페를 가던, 음식점을 가던 남자 직원에게는 절대 먼저 인사하는 법이 없다. 손님을 친절하게 맞이하는 젊은 여성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먼저 관심을 표현하는 편이다. 단 마스크로 외모를 숨긴다 한들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직원의 분위기가 2~30대로 추정 가능해야만 한다. 그리고 긴 머리의 직원보다는 단발머리의 여성을 보면 버선발로 달려 나가 그 직원이 리액션을 해줄 때까지 인사를 한다. 말 못 하는 아기일지라도 확실하게 자신만의 취향이 확고하게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는 순간이었다. 이런 경험은 정말 돈 주고 살 수없는 경험이며, 오직 육아를 해내는 부모이기 때문에 겪을 수 있는 값진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리 곳곳에서 이제 연말연시 분위기가 제법 물씬 느껴진다. 11월임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신구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산타 할아버지를 부르는 캐럴이 흘러나오는 것도 들을 수 있다. 작년에는 태어난 지 채 100일이 되지 않아 집 안에서 누워만 있던 아들이었는데 벌써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서 연말연시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니. 아들도 거리 여기저기를 수놓고 있는 다양한 불빛과 장식들을 보며 무척이나 즐거워했고 우리 부부는 곧 맞이할 2번째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또 즐거운 고민을 하던 시기이다. 2021년의 끝이 다가올수록, 우리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둘째의 탄생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때마침 와이프에게 걸려오는 전화 한 통. 장인어른께서 전화를 하셨다.
"ㅇㅇ야, 너희 요즘에 지우 어린이집 알아보고 있다 안 그랬냐?"
"네, 안 그래도 내년에 이제 만 1세 반 입학시키려고 알아보고 있어요."
"그래, 그렇게 듣고 나서 내가 주변에 한번 어린이집 알아보니까 아빠 아는 사람이 어린이집을 아파트 단지 안에서 크게 하더라고. 뭐 이름이 ㅇㅇㅇ라고 하던데 한번 알아봐 봐"
아, 그러고 보니 우리 동네는 아이들이 많이 살아서 어린이집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