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법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스산하다. 땀이 워낙 많은 선천적 태음인에 체중까지 불어 더위를 오래 타는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얇은 긴팔과 재킷을 입고 다닌다. 늘 몸이 따뜻해야 하는 아들은 벌써부터 얼마 전에 장만한 패딩과 청바지를 입는다. 가을이 오는 소리가 깊어지고 향기가 짙어지는 가운데 우리 부부는 아들의 첫 돌맞이 행사를 위해 정신이 없던 나날이었다. 근처 유아용 행사 전문 의상점에 가서 돌맞이 행사에 입힐 모자와 의상을 골랐다. 처음 겪는 낯선 일들에 대한 경계가 다소 높은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입어보는 모자와 연미복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 세상에 우리 아들이 모자를 거리낌 없이 쓰다니. 경천이 동지 할 일이 아닐 수 없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마음껏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장소는 본가와 처가댁이 가장 모이기 좋은 중간 지점으로 정하기로 했다. 본가인 고양시와 처가인 하남시 사이에 적합한 장소, 그리고 코로나 시국이라 10인 이상의 행사를 대절할 수 있는 시설 좋은 호텔, 육아 스냅 전문기사님이 돌맞이 행사를 따라다니며 사진 찍기 적합한 환경. 이 3박자를 모두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우리 부부가 선정한 곳은 동대문에 위치한 JW MARRIOTT 호텔이었다. 또 때마침 우리 아들의 이니셜과 같지 않은가. What a coincidence!! 이건 여기에서 행사를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며 호들갑을 떨던 나를 와이프가 조심스레 말린다. 그렇게 행사 당일 온 가족이 모인 곳에서 주인공인 아들은 잠깐 '우는 남자'가 되는 시간을 갖긴 했지만 자랑스럽게도 성공적으로 자신의 첫 번째 행사를 위한 모든 과정을 끝마쳤다.
그렇게 또 한층 성장한 우리 아들은 그 사이 걸음마의 도사가 되었다. 지난달까지 분명 걸음마 연습을 하다 살짝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였었는데 이제는 자신이 기어 다녔던 걸 아예 잊어버린 모양새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의 가짓수가 많아지니 생각지도 못하게 아들을 더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 예전 같으면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미니 정글짐이나 시소를 겁도 없이 마구 달려가서 올라가려고 애를 쓴다. 어른들은 다니기 힘든 좁고 높이가 낮은 공간도 어찌 그리 잘 찾아서 다니는지 쫓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땀범벅이 되기 일쑤다. 육아 선배들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다.
"애가 걷고 뛰어다니는 것이 시작되면서부터 진정한 육아의 세계가 열릴지어니"
그렇게 열심히 걷고 뛰는 아들에게는 이유식은 이제 성에 차지 않는 듯하여 이번 달부터 일반식과 분유를 병행하기로 했다. 돌이 지나면서부터 단유를 시작해보고자 했는데 자기 직전에는 분유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일반식의 비중을 늘리고 영양제공의 폭을 넓히고자 유난히 유아용 음식 책을 탐독했던 시기이다. 계란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계란을 기본 베이스로 하여 한 그릇 음식을 많이 만들고 남는 식재료는 우리 부부가 활용하는 방안을 10월이 끝날 때까지 지속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아들과의 소중한 시간이 지속될 무렵, 소리소문 없이 엄마 뱃속에서 둘째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가을이 지나 추운 겨울이 되면 태어날 둘째에게도 오빠가 잘 자라고 있으니 너도 엄마 뱃속에서 잘 지내고 있으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 21년의 10월이 저물어가고 거리에선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린다. 나는 아직 한낮에는 반팔을 입고 있는데 주변에선 겨울을 준비하다니. 그래 얼른 겨울이 되어서 우리 둘째가 세상에 태어나는 모습을 마주하고 싶다. 그날을 위해 오늘도 아들과 신나는 하루를 보내야지.
"아들! 부족한 엄마아빠랑 1년 동안 함께 하느라 고생했어!! 생일 축하하고 다음 생일은 넷이서 즐겁게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