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첫 주부터 키즈노트에 첫째가 우는 모습이 많이 담겨서 전달되었다. 여느 부모 같았으면 우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깊은 걱정과 심려에 빠져 있을 테지만 아빠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우는 이유가 하나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귀엽고 재치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1. 어버이날 기념사진을 촬영해야 하는 데 머리띠가 마음에 안 들어서
2. 실내 놀이터를 진행하는 MC가 처음 보는 사람인 데다 지나치게 시끄럽게 굴어서
3. 봄 소풍 맞이로 큰 공 굴리기를 하기로 했는데 공이 너무 커서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첫째가 집으로 돌아오면 "오늘도 어린이집에서 열심히 공부하느라 애썼구나.", "처음 보는 선생님이 목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지우가 많이 슬펐구나.", "처음 보는 공이 너무 커서 당황해서 울었구나."라며 아픈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매일 위로해 주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간에 첫째가 슬퍼했던 것은 분명히 맞고 그 부분을 케어해야만 또 내일 즐거운 마음으로 어린이집을 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같은 반에 제일 친한 단짝도 생기고 정확하진 않지만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이 늘어나는 것을 보니 그새 또 첫째가 많이 자랐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둘째는 오늘도 오전에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100일 남짓 가량 자란 둘째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첫째와 정반대인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차이점은 새벽수유와 젖꼭지를 대하는 자세이다. 첫째는 하루에 적어도 2~3번은 꼭 밤수를 했고 단 2~30ml라도 모자라게 먹으면 편하게 잠을 들지 못할 정도였는데 둘째는 새벽에 일어나 분유를 먹는 것을 일절 거부했다. '누가 새벽에 자다 말고 음식을 먹나. 눈떠 있을 때 먹지'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첫째는 젖꼭지에 대한 애착이 심해 유모차를 탈 때도 늘 재킷 한쪽에 젖꼭지를 휴대하게끔 해주었는데 둘째는 절대 젖꼭지를 빨지 않는다. 치발기는 몇 번의 설득 끝에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것 하나 정도는 써주었는데 젖꼭지는 절대 쓰지 않겠다는 둘째. 같은 배에서 태어난 두 꼬마들은 벌써부터 다른 취향을 남다른 모습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차이점은 발달하는 근육의 종류와 놀잇감에 대한 태도였다. 첫째는 대근육 위주로 성장이 시작되다 보니 허리와 허벅지가 우선적으로 발달했다. 그래서 그런지 '쏘서', 아기체육관 등 몸을 쓰는 활동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고 우리 부부는 당연히 첫째의 기억이 있기에 둘째에게도 같은 놀잇감을 제공해서 놀게 했다. 그러나 이게 웬걸. 조금 갖고 노는 것 같더니 이내 손으로 팽 치며 관심이 없다는 듯한 눈길을 보낸다. 둘째는 딸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소근육이 우선적으로 발달하여 머리띠, 모빌 등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놀잇감을 적극적으로 가지고 놀기보다는 놀잇감으로부터 편하게 휴식을 취하려는 제스처가 훨씬 많았다. 그래서 둘째는 100일 즈음까지 주로 '바운서'에서 누워 세상을 관조하는 것을 좋아했고 첫째는 그런 둘째와 함께 놀아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맞이하게 된 둘째의 100일 행사는 첫째와 마찬가지로 본가와 처가댁으로 2번에 나누어 똑같이 실시했다. 첫째, 둘째 구별하지 않고 식순과 대여 물품, 규모는 첫째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전혀 모자라지 않도록 해주었다. 불과 1년 반적에 했던 일인데도 불구하고 처음 하는 것처럼 묘한 감동과 아련함이 동시에 가슴 한 곳에 자리 잡은 순간이었다. 대여 의상이 첫째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좀 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가져다주었는데 확실히 여자 아기의 옷이 더 가짓수도 많고 퀄리티도 좋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첫째는 작년에 자신이 주인공이었던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행사 테이블 주변을 돌아다니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혼자보다 둘을 낳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정의 달 5월에 둘째 100일 행사까지 한꺼번에 마주하니 비로소 4 가족이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에 잘 적응해서 3개월 남짓 큰 무리 없이 잘 다니고 있는 첫째의 모습이 기특했다. 그리고 퇴근하고 돌아와서 출근하는 그 순간까지 늘 아빠 곁에 붙어있으려는 둘째도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때부터 둘째가 아빠에 대한 애착이 더욱 강하게 생겼던 시기인 것 같다. 그 말인즉슨 첫째가 자기보다 크고 힘이 강하니 본능적으로 자기를 보호하려는 대체제를 찾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와이프가 첫째, 내가 둘째를 집중적으로 케어하게 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여보 벌써 다음 주면 우리 이사 간다. 나 그럼 이제 걸어서 지우 등원할 수 있는 거야? 너무 좋다!!"
오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구나.
그래. 결국엔 돌고 돌아 다시 아파트로 가는 거다.
가 보자. 가서 더 잘 키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