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할 곳은 냉정하게, 두 아이 육아는 열정 있게
4월의 첫날부터 우리 부부는 줄기차게 부동산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온전한 육아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은 교육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째 어린이집까지 집에서 차로 5분 거리라고 하지만 갓난아기인 둘째까지 함께 데리고 왔다 갔다 해야 했기 때문에 그 시간과 노력이 몇 곱절은 더 들어갔다. 그리고 하원 이후 놀이터라도 근처에 있어야 첫째가 뛰어놀고 할 텐데 집 주변에는 그런 시설이 마땅히 존재하지 않았다. 걸어서 10분 정도 가면 아파트 단지가 몇 개 나오긴 했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도 온통 배달 오토바이와 킥보드가 왕래하기에 안전상에도 문제가 많았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되도록 빨리 살고 있는 오피스텔을 매도하고 반전세로라도 아파트 단지에 입성하고 싶었다. 그래서 4월은 하원 이후 어린이집 주변에 나와있는 매물을 직접 임장하고 저녁을 근처에서 먹으면서 와이프와 대안을 논의하는 경우가 많은 달이었다.
우리 부부가 한창 이사할 곳을 알아보고 있는 사이 첫째와 둘째는 꽤 많이 친해졌다. 지난달과는 달리 첫째는 동생의 존재에 대해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였으며 많이 아껴주고 예뻐해 주려고 노력했다. 둘째도 첫째가 와서 손을 잡거나 머리를 쓰다듬으면 나름대로 반응해 주고 가끔씩 웃어주면서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아빠로서 오전시간을 온전하게 육아에 전념하지는 못했지만 육아시간을 사용하여 집에 돌아오는 3시 30분부터 다음날 출근하기 전까지는 오롯이 두 아이와 시간을 보냈다. 확실히 첫째 혼자 키울 때보다는 몇 곱절은 체력적인 부담이 역력했으나 마음만큼은 늘 뿌듯하고 풍요로웠던 시기였다.
첫째는 지난달에 비해서 어린이집에서 활짝 웃는 모습이 많아졌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어색하고 두려웠을 텐데 씩씩하고 늠름하게 적응해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린이집 통틀어 가장 막내여서 그랬는지 다른 반 선배들과 선생님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말에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곤 했다. 퇴근 후 와이프를 대신해 항상 첫째를 데리러 갔는데 며칠 사이에 제법 인사도 잘하고 신발도 스스로 신으려고 하는 모습에서 잘 자라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원 후 차에서 오늘 뭐 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물어보면 첫째는 나름의 방식대로 설명을 하려고 노력했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아빠로서 흐뭇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동산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을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분이 있다는 연락이 왔다. 곧 결혼을 앞두고 있던 예비 신혼부부였는데 직접 우리 집을 보더니 집에 꽤 마음에 들었는지 빠른 시일 내에 계약을 하고 싶다고 했다. 언제쯤으로 이사 일정을 조율할지를 의논한 결과 6월 중순으로 날짜를 잡았고 우리 부부도 그때까지는 충분히 대비할 시간이 있어 그분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확실히 당시 거주하던 오피스텔이 1~2인 가구에 최적화되어 있고 공원, 식당, 마트, 병원, 지하철역 등의 주변 인프라 구성이 굉장히 잘 되어있기에 생각보다 거래가 수월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일이 일사천리로 잘 진행되려고 그랬던 것일까. 오피스텔 매도 절차와 잘 맞물려 우리는 다음 이사 할 집을 조건에 맞게 잘 찾았다. 크기는 그전에 살던 빌라와 비슷하여 두 아이를 키우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고 무엇보다도 어린이집까지 걸어서 2분밖에 걸리지 않아 등원을 도맡아 하는 와이프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 사이 둘째는 무럭무럭 자라 외모에서도 제법 딸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첫째가 아들이라 그랬는지 머리띠나 모자, 머리핀 등의 액세서리가 주는 매력을 잘 느끼지 못했는데 둘째를 키우면서 생각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했다. 늘 티셔츠와 바지를 갈아입히다가 치마를 입히고 머리띠 장식까지 하다 보니 왜 '인형놀이 세트' 같은 것이 인기가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이야 아직 너무 어려서 오빠가 작년에 입었던 내복을 입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좀 더 자라면 딸에게 어울릴 법한 옷을 많이 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이 맘 때쯤 먹고 자는 것에 애로사항을 갖고 있던 첫째와는 달리 둘째는 생후 2개월 만에 자신만의 확고 한 생활 패턴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120ml 분유 정량을 철저하게 지키기' '오전 1회, 오후 1회 1시간씩 수면' , '밤잠은 항상 9시에 자기' 등의 루틴이 그것이다. 육아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가 '불확실성'인데 둘째는 그런 점에 있어서 빠른 대응이 가능해 다행이었다.
그렇게 4월의 다양한 이벤트를 마치고 5월을 준비하는 어느 주말, 처가댁에서 아들을 위해 킥보드를 선물로 보내주셨다. 다음 달에 있을 어린이날을 맞아 미리 선물을 보내주신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맘때쯤 아이들은 저마다 하나씩 킥보드를 타고 노는 것을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아들은 처음 보는 킥보드를 혼자 이리저리 탐색하고 좌우로 왔다 갔다 움직여보면서 신기해했다. 하원 후 야외 활동하기 참 좋은 날씨가 많아졌기에 앞으로 킥보드 연습 하러 자주 외출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때이다. 앞으로 이사할 아파트는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해 지상에 차가 전혀 없는 곳이라서 킥보드를 더욱더 자유롭게 연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함께 했던 때이다. 나날이 성장하는 아가들의 모습과 더불어 앞으로 새로운 곳에서 맞이할 생활을 기대하며 싱숭생숭했던 2022년의 4월도 그렇게 마무리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