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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군&진용이

사이드 한 점, 소맥 한 잔으로 잔잔하게 만들어진 소소한 일상

by 홍윤표

한창 '노총각' 유튜버들에 빠진 적이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으나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그들의 '고요함'이 부러웠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만큼 나의 하루는 고성과 울음의 핑퐁으로 점철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학교에서 마주하는 학생들의 수다와 가끔씩 들려오는 괴성, 집안에서 늘 듣게 되는 아가들의 투정과 울음 섞인 목소리는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렇게 '노총각' 콘텐츠를 시청하던 중 나에게 한 매력적인 유튜버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바로 '노총각태군'.


그는 대전의 한 자취방에서 거주하는 호리호리한 40대 노총각으로 주로 찍는 영상은 혼술 먹방이었다. 모래사장의 모래알만큼이나 흔한 주제의 방송이지만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혼술을 하지만 많이 마시지 않고 먹방을 하지만 폭식하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정량만큼만 먹고 마시며 건네는 멘트 또한 간단명료하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술과 먹으니 참 좋다.', '여러분들도 오늘 하루 고생하셨으니 이렇게 맛있는 음식 드시면서 쉬시길 빈다.' 등이 전부다. 조용한 공간에서 반주하는 모습이 지극히 인간적이고 소탈하다는 측면이 내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고 틈이 나는 대로 나머지 에피소드를 보기 시작했다.

당시 태군은 전기 기사 직종에서 일하고 있으며 주로 3교대 당직근무 등 체력적인 부담이 큰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었다. 집은 어머니 건물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2층은 본인이, 1층은 엄마가 거주하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은 건물 옥상에 평상을 깔아놓고 식사를 하기도 하고, 1층 현관에서 남동생을 게스트로 불러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한다. 넉넉하진 않지만 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궁리하고 주어진 현실을 감사하며 살아가는 마음씨 좋은 동네 형 같은 이미지. 이러한 매력 때문인지 태군은 2023년 8월을 기점으로 '실버 버튼'을 소유한 10만 구독자 유튜버로 성장한다.

그러던 태군은 결혼을 하고 이사를 하면서 콘텐츠의 정체성과 향후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기존에 지속했던 혼술 먹방 이외의 지역 맛집, 숙박시설 탐방, 여행 등의 콘텐츠에 도전장을 내밀게 된다. 그런 와중 또 하나의 유사 콘텐츠가 조용한 우상향을 그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진용이' 채널이었다. '진용이'는 태군의 세 살 터울 친동생으로 종종 태군 콘텐츠에 게스트로 등장했던 인물이다. 그러던 중 유튜브 개설에 대한 관심을 보이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채널이 생기고 콘텐츠가 꾸준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진용이' 콘텐츠도 마찬가지로 잔잔한 혼술 먹방이다. 중소기업 생산직에 근무하는지라 평일보다는 주로 금요일 퇴근 후에 촬영하는 영상이 많다. 직장인의 고충이 느껴지는 대목이지만 퇴근하고 술 마시러 가는 가벼운 발걸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 채널도 자연스레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형의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정량과 고요함을 준수하는 채널이며 입소문을 탔는지 PPL도 종종 들어오고 있어 애청자의 입장에서 안도감을 전해주고 있다.


두 형제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 중 하나가 '술 마시기 전에 사이드 하나 해'이다. 사이드는 바로 술 마시고 바로 먹을 안주를 말하는 것이다. 사이드 한 점, 술 한잔에 잔잔하게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주는 그들을 늘 응원한다. 치열했던 하루를 위로하고 또다시 내일을 힘차게 맞이할 수 있게 해주는 두 형제. 그들의 앞날이 오늘보다 더 멋지기를 오늘도 남몰래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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