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났는데 세상이 뱅뱅 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소맥 5잔 스트레이트로 마신 것 마냥 속이 메스껍고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별안간 이런 느낌을 예전에 한 번 느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석증이 또?'
그렇다. 3년 전에 발병했던 이석증이 다시 재발한 게 분명했다. 스스로 자가진단을 해볼 겸 바닥에 곧이 누워 몸은 그대로 두고 고개만 좌우로 옮겨 보았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는 아무 이상이 없는 데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세상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두 눈이 무회전 킥처럼 이상한 궤적을 그리며 세상과 마주하는 게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아이고, 이석증은 약도 치료법도 딱히 없는데 이번엔 또 며칠을 가려나.'
아침에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두 아이 등원을 시키고 출근했다. 뭘 먹이고 무슨 옷을 입혔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고 출근길 사고만 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운전대를 잡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수업을 마치고 바로 조퇴를 신청해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의사 선생님의 진찰과 치료를 받아보니 이석증이 분명했고 4일간의 어지럼증약을 처방받았다. 의사 선생님의 물리치료 덕분에 상태가 많이 호전되긴 했으나 아이들 하원 후 저녁 먹고 나서 다시 어지럼증이 재발했다.
'3년 전에는 애가 없이 아팠는데 자식이 있으니 맘대로 아프지 못하는구나'
퇴근 후 늘 함께 했던 공동육아를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 몸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이 사달이 난 나 자신이 밉기까지 했다. 그렇게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모든 게 소용돌이치며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잠깐 잠이 들었는데 깨고 나니 새벽 3시였다. 둘째가 울고 있는 걸 다시 재우려고 둘째 방으로 가니 모두가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아픈 나를 대신해서 아이들 수면의식을 와이프가 혼자 해내고 지쳐 잠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얼른 나아야겠다.'
그렇게 새벽에 둘째를 다시 방에 뉘어 재운 후 처방받아 온 약 2 봉지를 단숨에 털어 넣었다. 안 먹는 것보다 먹는 게 빨리 낫는데 도움이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와이프가 분주하게 출근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시계를 보니 7시 5분 전이다. 물 한잔 들이켜고 눈에 초점을 한 데로 모아 몸상태를 체크해 보니 어젯밤보다는 확실히 나아진 느낌이다. 고개를 바닥으로 숙일 때는 여전히 휘청하면서 어지러운데 그걸 제외하면 평소와 비슷한 느낌이다. 낫고 있는 게 맞긴 한 것 같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파도풀에서 부유하는 것 같이 몽롱하고 어지러운 느낌이 든다. 그래도 남은 오늘 어제보다 더 육아에 충실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이지 어제는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배멀미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오늘은 조금 나아졌기 때문이다. 오늘 밤에 와이프가 어린이집 엄마들과 약속이 있어 오늘 수면의식은 나 혼자 할 계획이다. 와이프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오고 나도 어제 못한 육아를 해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