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어린이집 등원을 통해 다양한 신체발달과 감성발달 활동을 경험할 수 있지만 생후 7개월 차인 둘째는 아직까지 그런 기회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래서 동네에 있는 문화센터 프로그램 중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 있어 주말마다 방문하곤 했다. 재미있는 것은 문화센터에 대한 첫째와 둘째 각자의 반응이다. 왜냐하면 겉으로 보기엔 같은 반응이지만 그 반응을 이끌어내는 기저의 욕구는 완전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방어기제가 확고한 첫째는 이미 어린이집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경험해 봤기에 발현되는 안도감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둘째는 처음 보는 물건과 환경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눈빛이 반짝반짝하는 모습이었다.
'어쩜 같은 배에서 태어났는데도 이렇게도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다를까'
집에서는 평소 관심도 없는 장난감 하나에 자존심 싸움을 하며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는 남매지만 희한하게도 문화센터에 같이 오면 그렇게 정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매일 집에서 서로 마주하는 오빠, 여동생 사이인데 밖에서의 모습은 집에서와 사뭇 다른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본인들의 모습이 비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아가들 어린이집에 적응을 하고 세월이 흘러 유치원, 초등학교에 적응을 하는 것도 다 이러한 ;더불어 살아감'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 본 9월이다.
집에서 시간을 주로 보내는 둘째와 달리 첫째는 어린이집 친구들과 부쩍 친해진 나날이다. 아직 완벽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는 없지만 어린이집 '키즈노트'로 전해받은 사진 속 친구들의 이름을 다 구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밥', '놀이', '같이' 등의 단어로 정보전달과 표현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10월 생이라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서도 막내를 맡고 있는 아들이기에 그저 어린이집에서 하루를 꼬박 보내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게 느껴지는 때였다. 날씨가 한창 서늘해지고 코로나도 조금 잠잠해졌기에 어린이집에서도 곤충박물관, 수변 공원, 창의체험센터 등으로 현장학습을 가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때마다 차 안에서 먹을 소소한 간식을 첫째 가방에 넣어주었는데 이 기간에 부쩍 준비물을 챙기는 우리 부부에게 첫째가하는 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많이, 비타 많이"
"왜 어린이집 가서 친구들이랑 나눠 먹게?"
"응"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함께 있으면 좋을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확고해진 첫째의 모습에 박장대소하며 마음껏 칭찬해 주었던 날이 기억이 난다.
그렇게 맞이한 어린이집 친구들과의 첫 번째 명절인 추석. 노란색이 잘 어울리는 동글동글한 첫째를 위해 한복을 입혀 등원시켰다. 신문물에 대한 배척이 흥선대원군 급인 첫째가 한복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리는 만무했다. 온갖 미사여구를 다 동원해서 어르고 달래 입혀 등원하고 찍은 사진에서도 역시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네 이놈들, 나는 아직 추석이란 걸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있단 말이다'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9월이 가고 결혼, 출산 등의 기념일 등의 어느 멋진 날로 가득한 10월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