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그야말로 야외 행사가 풍년이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예년과는 달리 굉장히 짧아진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일까. 추운 겨울이 눈치 없이 너무 일찍 찾아오기 전에 최대한 많이 가을의 매력을 느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과 첫째의 생일을 연달아 마주할 수 있는 계절이기에 더 의미 있는 달이 바로 10월이다. 그 10월 행사의 첫 스타트는 첫째의 '가을 소풍'이다. 늘 받을 줄 만 알았던 소풍 도시락을 난생처음 싸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뭔가 어른이 된 것 같은 뿌듯함과 하나라도 더 정성스럽게 만들어주고 싶은 욕심 그 사이 어딘가라는 게 제일 적합할 것 같다. 열심히 블로그와 SNS를 검색해서 제일 수준에 맞는 도시락 싸는 법을 나만의 스타일로 재구성해보았다. 부디 우리 첫째가 엄마아빠의 도시락을 맛있게 잘 먹었기를.
비록 아직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둘째지만 사물에 대한 취사선택이 분명하게 생긴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은 다름 아닌 '상어 가족'이다. 이래서 주입식 교육이 무섭다고 하는 것일까. 집에서 첫째가 매일 부르는 상어가족 노래를 듣고 영상으로도 접하다 보니 둘째 또한 상어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게 형성된 것이 느껴지는 날들이었다. 키즈 카페에 가면 첫째와 둘째 모두 상어 가족 캐릭터 인형을 갖고 싶어 해서 골고루 나눠져야 했고, 상어 가족 테마로 구성된 아이스크림 가게도 구경시켜줘야 했다. 이 영원할 것 만 같은 상어가족에 대한 사랑은 언제쯤 끝이 날까. 과연 끝이 나긴 할까. 녀석들.
우리 사랑하는 아가들 덕분에 난생처음 경험하는 행사가 또 한 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가족 한마당 체육대회'였다. 형, 누나들 같은 경력자들에게 체육대회는 신나는 행사가 될 수 있었지만 우리 첫째는 오늘도 척화비를 단단히 세우기 바빴다. 체육관이 무섭다는 둥,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둥 온갖 핑계를 대며 체육대회 참여를 거부하기를 1시간째. 할머니, 할아버지의 무한한 응원과 설득, 격려 덕분에 첫째는 조금씩 마음속 빗장을 풀어 재끼기 시작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는 속담이 있다. 몇 분 뒤, 누구보다 열심히 색깔 판을 뒤집고 흘러나오는 동요에 신나게 몸을 흔드는 첫째의 모습을 보고 만든 속담은 아닐는지.
그렇게 10월의 끝자락이 다가왔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매서운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날들. 우리 부부의 3번째 결혼기념일과 첫째의 2번째 생일이 찾아왔다. 작년과는 달리 셋이 아닌 네 식구가 가족 행사를 다 함께 축하해 주니 행사의 의미가 더욱 빛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남들에겐 아직 한참 신혼일 수도 있는 시기에 육아를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짧았던 신혼 생활이 전혀 아쉽지가 않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선물이 이렇게 둘씩이나 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 내년에는 더 재미있고 즐겁게 10월을 보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