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되니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이제 슬슬 겨울 육아에 대한 준비를 시작할 때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기후에 늘 감사하며 살았지만 육아를 하면서부터 겨울이란 계절이 부담으로 찾아왔다. 여러 가지 이유 중 첫 번째는 생체 리듬을 온전하게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낮보다 밤이 길어진 탓에 새벽 수유를 여전히 해야 하는 입장에서 여름보다 확실히 아침에 정상 컨디션으로 일어나기가 힘들다. 아침 7시가 되도록 어두컴컴한 하늘을 마주하다 보면 매일 지속되는 새벽녘 찰나의 육아가 유난히 더 고달프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육아에 필요한 물건들의 부피가 커진다는 것이다. 여름에는 반팔, 반바지에 슬리퍼만 신고 간편하게 집 근처에서 아이들과 외출할 수 있지만 겨울에는 외출 준비에만 필요한 것들이 한가득이다. 긴팔 긴바지에 양말은 기본이요, 장갑, 목도리, 모자 게다가 두꺼운 외투까지 챙겨야 하니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든다. 그럼 어떻게 하면 겨울을 아가들과 요령 있게 보낼 수 있을까.
추운 날씨와 긴긴밤은 자연의 섭리이니 억지로 그것들을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면 자연을 요령껏 활용하여 좀 더 효과적인 육아를 하면 되는 것 아닐까? '날씨가 추워지면 철새도 따뜻한 곳을 찾아 이동하듯 우리도 좀 더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면 되겠지'라고 생각하여 부산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다소 우스꽝스러운 해결책일 수도 있겠지만 엄마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는 우리 아가들이기에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수도권과는 달리 부산은 11월이지만 반팔, 반바지를 입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날씨가 포근했고 무엇보다 바다가 있기 때문에 우리 아가들과 원 없이 모래놀이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장거리 여행으로 다소 고단했을 법도 한데 아가들은 호텔 수영장과 조식 뷔페를 즐기면서 좋아했다. 너희가 조금만 더 크면 부산 명소와 맛집도 엄마아빠와 함께 다녀오자꾸나. 부지런히 자라렴.
추운 날씨를 피해 늘 바닷가와 아랫지방으로 여행을 다녀올 수만은 없기에 서울 근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실내 시설을 열심히 검색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많은 테마파크 중에서 롯데월드를 다녀온 적이 없었다. 집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2~30분 만에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곳인데도 말이다. 요즘 부쩍 버스 여행에 맛을 들인 첫째가 버스를 타고 싶다고 해서 모처럼만에 우리 식구는 대중교통을 타고 롯데월드에 방문했다. 가족 단위의 손님을 받는 테마파크답게 유모차 대여가 가능했기에 아직 걷지 못하는 둘째도 전혀 불편함 없이 테마파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직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가 충분하지 않아 다소 아쉬웠지만 나들이 자체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해하는 아가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우리 첫째에게 새로운 어린이집 단짝이 생겼다. 10월 생인 첫째보다 2개월 늦게 태어난 12월생인 새로운 친구가 이 달부터 등원을 시작했는데 첫째가 자발적으로 어린이집 적응을 발 벗고 나서 도와주는 모습이 키즈노트에 많이 등장했다. 실내 조작 활동은 물론, 어린이집 주변 산책과 현장 체험학습 때에도 항상 둘이 꼭 붙어서 다니는 모습에서 첫째의 사회성이 점점 발달해 가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발달 단계상 물건에 대한 애착과 자발성 욕구 충족 등으로 많이 다투기도 하지만 늘 금방 화해하고 다시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늘 항상 고맙고 죄송한 마음이 생겼던 시기라 더욱 기억에 오래 남는 나날이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분리 수면을 정착시키기 위해 아가들을 위한 맞춤형 침대와 매트리스를 준비했다. 첫째 방에는 이른바 국민 유아용 침대라고 불리는 제품을 구매해 설치했고 아직 어린 둘째는 매트리스와 이불 등을 겨울용으로 마련했다. 육아를 하면서 항상 하는 생각은 '잠이라도 편하게 푹 자고 싶다'이다. 햇수로 만 2년이 넘어가도록 새벽에 깨지 않고 통잠을 잔 날이 다섯 손가락에 채 들어가지 않는다. 침대와 매트리스 적응을 잘해서 아가들도, 아빠도 따뜻한 곳에서 푹 잘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으니 잘 자기를 기도해 본다. 3~4시간 자고 아침에 출근하는 기분은 그리 썩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잠덧 졸업하면 그때부터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어"
육아 선배들에 의하면 아가들이 좀 더 자라 통잠을 자는 시기가 지나면 그 이후에 또 다른 육아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몸과 마음이 조금 고되긴 해도 그래도 난 아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 시간이 재미있다. 육아가 체질은 아니지만 그래도 육아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잠들어 있는 아가들의 얼굴을 볼 때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한가득 머금어진다. 그렇게 올해도 가는구나. 12월은 아빠가 정말 좋아하는 달이란다. 왜냐하면 크리스마스도 있고 연말연시 거리 풍경이 기다리고 있거든. 그냥 보고만 있어도 설레는 느낌. 너희도 함께 경험해 보자. 첫째가 이맘때 걸었는데 둘째도 걸을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