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우리 모두 잘 살았네(22년 12월)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by 홍윤표

자식이 둘이 있어 좋은 점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에 하나는 '커플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겨울을 맞이하여 새 내복과 새 비니를 커플룩으로 맞춰 아가들에게 입혀보았다. 아가들은 다소 어리둥절해 하기는 했지만 새로 산 옷과 비니를 별 거부감 없이 착용했고 둘의 관계가 영락없는 남매 지간이라는 것을 인증하게 되었다. 소유권에 대해 분명하고 단호한 단계로 접어든 첫째는 연신 '내 모자야', '갈색 내 거야'라고 동생에게 건드리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태생적으로 그런 협박(?) 따위 안중에도 없는 둘째는 그저 해맑게 새로 산 옷의 재질을 탐색하기 바빴다. 12월의 첫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2월의 꽃은 아무래도 펑펑 내리는 함박눈이 아닐까 싶다. 어느 정도 많이 자란 첫째는 눈을 가지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성장했다. 눈을 뭉쳐서 눈사람을 만들기도 하고 썰매를 가지고 와서 친구들과 함께 타기도 했다. 첫째는 눈을 데굴데굴 굴려 뭉치면 동그란 모양이 만들어진다는 것, 그 동그란 모양은 원하는 만큼 크고 작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굉장히 신기했는 모양이다. 집에 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눈을 가지고 자기 스타일로 원 없이 노는 모습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이게 되는구나. 이제"

12월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서 아가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물해 주고 싶어 근교의 풀빌라를 방문했다. 여름 내내 성수기라 비싸서 엄두도 못 냈지만 겨울에는 찾는 이가 많이 없어 가격이 저렴했던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아가님들이 머무르는 데 불편한 점이 1도 없어야 할 것. 다행히 첫째와 둘째 모두 난생처음 방문한 키즈 풀빌라에 반색을 표하며 좋아했다. 집 안에 설치되어 있는 간이 놀이터와 집안 여러 곳에 존재하는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혼잣말로 무언가를 연신 내뱉는 첫째의 모습이 수상했다.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옆에서 가만히 들어보니 아뿔싸...


"집에 가고 싶다, 집에 언제 가지?"

그동안 여러 군데를 여행한 곳이 많아 살짝 방심했던 우려할 점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렇다. 우리 아가들은 웬만하면 곧 죽어도 잠은 집에서 자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지우야. 그럼 우리 지우가 오늘은 여기서 자고 눈 떠서 깨면 그때 바로 집으로 가자."

"알았어. 그럼 나 깨면 바로 집으로 가는 거야"

그렇게 가까스로 둘을 재우고 우리 부부는 잠에 들기 전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다음날 아침에 첫째가 일어날 수 있기를.

"엄마. 나 일어났어. 얼른 집에 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첫째가 집에 가자고 떼를 쓰며 울기 시작했고 시계를 확인해 보니 새벽 3시 30분. 이러다 둘째도 깨서 모두가 이도저도 아닌 밤을 보내기 전에 바로 짐을 싸서 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폭풍 같은 하루를 보낸 후 우리 부부는 당분간은 키즈풀빌라는 방문하지 않고 무조건 호텔에서만 묵을 것을 다짐했다. 가족에게 주는 선물 치고는 대가가 다소 가혹했지만 일말의 교훈을 한 가지 얻고 돌아와서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가들은 우리 집에서 우리 가족과 있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시간이 흘러 크리스마스 당일날 아침, 간밤에 아가들이 자고 있을 때 열심히 꾸민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놓아둔 선물을 아가들에게 증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째에게는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보던 장난감을, 둘째에게는 예쁜 겨울 내복을 선물로 주었고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개념이 아직 없어서 그런지 다소 어리둥절해했지만 그래도 나름 즐거워했다. '너희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마아빠한테는 둘도 없는 선물인데 뭐'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넷이 함께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지나갔다. 작년에는 셋이 보냈고 올해는 넷이 보낼 수 있어 너무 행복했어 아가들아. 내년에는 다섯이 함께 하는 일은 없을 테니 걱정 말고.

엄마아빠의 역량은 여기까지라서 말이지 ^^


Adieu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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