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밤, 앨범 발매를 기념하기 위한 작은 행사를 마련했다. 홍대 스페이스라는 장소를 대여한 후 간단하게 리플릿을 만들어 참가자를 모집했다. 초등교사 3인조 힙합그룹 '미립'을 정식으로 소개하고 우리가 만든 음악을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와 동시에 우리 팀 멤버 한 명이 주연으로 참여한 독립영화 '무인사진관'도 상영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우리 앨범명은 '착륙 버튼 없는 여행'으로 청춘이라는 키워드를 각자의 입장에서 다양하게 랩으로 풀어낸 일종의 '시집'이다. 나는 앨범에서 1곡을 제외한 전 트랙에서 가사를 쓰고 랩을 했으며 다른 팀원들도 랩과 더불어 작곡, 믹싱&마스터링을 했다. 그야말로 전문가의 손길을 전혀 거치지 않은 순수 창작물인 데다 육아와 직장 생활 틈틈이 제작해 2년여 만에 완성시켰다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엄연히 돈을 받고 진행하는 행사인 만큼 다과와 음료 세팅, 가사집 제작 등의 세심한 곳까지 팀원들이 신경 써주었다. 함께 도와주지 못한 대신에 행사 중에 소소한 장기인 디제잉을 선보여 팀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데 만족했다.
행사 시작 10분 전부터 생각지도 못한 관객들의 모습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저 아는 사람들 몇 명끼리 소소하게 친목 도모하는 느낌으로 진행할 줄 알았는데 일면식도 없는 관객들을 보니 갑자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름 대학 동아리에서 공연도 몇 번 해봤기에 긴장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오히려 어릴 때의 치기가 긴장을 잠재웠던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팀원들을 정식으로 소개하고 앨범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곁들인 후 음악을 함께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중간중간 관객들에게 소감을 묻는 시간을 가졌는데 오늘의 특별손님의 감상평을 들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 가슴 뭉클한 시간이었다. 그 특별손님은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가족'들이었기 때문이다. 먼 길 함께 달려와준 와이프와 어두침침한 공간에서 30분을 내리 '아빠'를 외치며 응원해 준 아들, 딸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아마 국내 음감회 역사상 최연소 관객이 아닐까 싶었는데 나름 에티켓을 잘 지키며 조용히 관람에 임해주어 감개가 무량해지는 순간이었다.
음감회를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마치고 간단히 팀원들과 오늘을 기념하는 포토타임을 가졌다. 교사모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팀원도 있고 10년 넘게 같은 과 선후배로 알고 지낸 팀원도 있다. 알고 지낸 기간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셋 모두 힙합에 대한 가치관과 열정이 꾸준히 남아있다는 것. 오늘에서야 그러한 닮은꼴의 방점을 찍었다. 성공이나 부귀영화를 목적으로 했다면 오늘 같은 시간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좋아서 하던 취미를 꾸준히 연구하다 보니 우리의 소리를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었을 뿐. 그 마음 꾸준히 유지해서 앞으로도 더 좋은 음악 활동을 전개할 수 있기를.
10/17 P.M. 12: 00 각종 음원사이트에 '미립'이라는 그룹의 앨범 '착륙 버튼 없는 여행'이 발매됩니다.
아울러 youtube 채널 '비주얼포엠 시선'에 단편영화 '무인사진관'도 검색하면 나옵니다. 저보다도 동생들이 더욱 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