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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죽뜨

열이 많은 태음인이지만 아메리카노는 뜨겁게

by 홍윤표

4년 차 육아 대디인 나는 요즘에도 새벽에 우리 아이들 잠덧에 수시로 잠에 깬다. 몇 년 간 제대로 된 잠을 한 번도 잔 적이 없지만 출근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불행 중 다행으로 커피의 카페인 성분이 몸에 잘 받아 각성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편이다. 그리고 카페인 성분 지속력이 크지 않아 밤에 커피 때문에 잠을 못 자는 일은 없다. 그래서 하루에도 많게는 4~5잔씩 커피를 마시는 편인데 흔히 말하는 '아아'는 아니다. 그렇다. 난 그 흔한 '얼죽아'가 아닌 정반대의 '더죽뜨'인 것이다.


그렇다고 뜨거운 음식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같이 더운 날 살얼음 동동 띄운 열무국수를 즐겨 먹고, 아이들과 1일 1 아이스크림은 기본으로 실천한다. 집 냉장고에는 항상 1.5L들이 생수가 가득 자리 잡고 있고, 애들 다 재운뒤 육퇴 기념으로 차가운 캔맥주를 단숨에 들이켠다. 그렇다. 나는 오로지 커피만 뜨겁게 먹을 뿐이다. 왕 먹는 거 커피도 차갑게 좋지 않느냐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난 항상 이렇게 얘기한다.

종종 만들어먹는 열무국수


"차갑게 먹으면 카페인이 잘 안 녹아들어 가서 먹어도 먹어도 잠이 달아나질 않는 것 같아"


과학자분들이 들으면 웃을 노릇이지만 난 심리적으로 그렇게 느낀다. 왠지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주는 은은한 향은 나를 잠으로부터 멀리 달아나도록 해주는 것 같다. 차가운 아메리카노는 쭈욱 2~3모금 들이키다 보면 금세 절반 이상 마셔버리게 되지만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조금씩 천천히 음미할 틈새를 마련해준다. 마치 숨 고르기 한 번 하고 여유를 찾을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처럼 말이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이뇨 작용으로 인해 탈수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수시로 물을 마셔 줘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난 하루에 2L 이상 냉수를 꼬박꼬박 마신다. 그래서 우리 학교 3층 화장실 소변기는 쉬는 시간마다 제 할 일을 다해 쉴 틈이 없다.


커피 원두의 종류와 풍미가 다양한 만큼 커피를 즐기는 방식도 그 가짓수가 상당하다. 아포가토처럼 아이스크림과 곁들여 먹기도 하고, 커피에 연유, 우유를 그 양과 종류를 달리해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난 어떠한 브랜드의 카페를 방문해도 꼭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얼음 2개를 넣어 달라고 한다. 얼음 2개를 넣고 다 녹았을 시점의 온도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섭씨 70도에 제일 부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첫째가 케이크라도 주문해달라 하는 날은 천국이다. 마지못한 척 주문하며 커피와 함께 케익을 즐길 때 몸과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커피로 하루를 또 보내고 버틴다. 커피 한잔의 여유는 없지만 커피 한잔의 매력은 크고 소중하다. 혼자 마셔도 좋고 같이 마셔도 좋으니 내일 하루를 무리하지 말고 물 흐르듯 순리대로 보내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LET'S BE~~!! 아니 LET I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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