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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잉은 잠시 미뤄

육아하면서 다하고 살 순 없잖아. 우선순위에 집중하자고.

by 홍윤표

ㅡ어려서부터 랩을 좋아했고 중, 고등학교 시절 노래방에 가면 시작부터 끝까지 랩을 할 수 있는 게 유일한 나만의 자랑이자 장기였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힙합 동아리를 만들어 사람들 앞에서 랩을 선보이기도 했고 직장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힙합 신보를 디깅 하며 음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랩을 좋아하고 한때 래퍼가 되는 것을 머릿속으로 그릴 정도였던 어느 날, 쇼미 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이 방영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랩을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그들은 훨씬 더 랩에 인생을 걸 정도로 모든 것을 다 바쳐 음악에 몰두하는 것이었다. 쇼미 더머니는 수많은 언더 뮤지션을 메인 스트림으로 불어 들였고 그 결과 힙합이 한국의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장르로 발돋움하게 했다. 노래방 랩이 유일한 자랑이었던 나는 이러한 시류에 쉽게 편승하지 못했고 그렇게 랩에 대한 열정은 조금씩 사그라들어갔다.

하지만 꾸준히 힙합 문화에 관심을 갖고 조금이라도 더 연구해서 좋은 영향력을 선보이고자 하는 욕망은 내 마음속에 끊임없이 자리 잡았다. 그렇게 새롭게 도전해 본 장르는 바로 '디제잉'이었다. 에픽하이의 DJ tukutz이나 외국의 힙합 그룹 'beastie boys'의 Mixmaster Mike의 퍼포먼스를 보고 DJ의 존재에 깊이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래퍼들이 라임이나 플로우로 리스너들을 매료시킬 때, 현란한 스크래치로 음악의 맛을 깊게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그렇게 약 1년간 독학과 레슨을 토대로 디제잉의 매력을 탐구하다 보니 꾸준히 노력해서 실력을 상승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샘솟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아빠로 자라는 동안 디제잉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육아를 하며 직장생활까지 영위한 채로 취미생활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애기가 태어나기 전, 와이프가 기념일에 사준 포터블 디제잉 장비와 ddj 시리즈 장비는 뽀얗게 먼지 이불을 덮은 지 오래요, 주특기로 연습해 온 투 턴테이블조차도 만져 본 지 두세 달이 훌쩍 지났다. 그나마 가끔씩 SNS로 올라오는 디제잉 튜토리얼을 나름의 공책에 정리하여 루틴을 이론적으로나마 공부하고 있는 게 다인 셈이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의 아가들은 엄마아빠의 절대적인 양육이 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굳이 시간과 수고를 들여 어설프게 연습 시간을 확보한들, 이도저도 아닐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아이들이 좀 더 무럭무럭 자라서 엄마아빠의 손을 덜 타게 될 무렵에 다시 한번 디제잉에 대해서 생각해보려 한다. 혹시 또 나한테 배우겠다고 해서 같이 연습하면서 동반 성장할지 누가 알랴.

선택과 집중, 그것은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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