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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혀보고!깨져보고!

친구 같은 아빠가 되려면 손웅정처럼

by 홍윤표

손흥민 선수가 연일 화제다. 영혼의 단짝 '해리 케인' 선수의 이적, 새로 선임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 변화로 인한 경기력에 대한 물음표를 '해트트릭'이라는 해답으로 잠재워버렸다. 그것도 늘 도맡아 하던 '측면 미드필더'가 아닌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하면서 이루어낸 쾌거라 더 빛났던 것 같다. 그와 동시에 통산 프리미어리그 득점 순위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디디에 드로그바를 제쳤다고 한다. 나름 해외 축구에 빠져있던 07-08 시즌, 전 세계 축구 팬들을 흥분하게 했던 호날두와 드로그바, 이른바 '신계'의 선수들을 제치다니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신화를 계속 써 내려가고 있는 '리빙 레전드'라고 해도 과분하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손흥민의 활약과 더불어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것이 바로 아버지 손웅정의 축구 철학이다. 지금도 이른바 '밈' 문화로도 꾸준히 활용될 정도로 손웅정의 명언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이 되었다. 축구에 대한 열정과 기본기를 강조하는 태도는 많은 축구 꿈나무뿐들에게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을 테지만 아버지의 입장에서 자식을 기르는 입장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금을 울렸던 멘트는 바로 이것이다.

"부딪혀 보고! 깨져 보고"

자식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도 많고 가르쳐 주고 싶은 것도 많지만 도대체 어떤 상황에 그것들을 적재적소에 제공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특히 생후 1개월~12개월 사이가 올바른 육아에 대한 물음표가 가장 많은 시기였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통잠을 재울 수 있을까? 기저귀와 분유를 바꾸는 텀은 언제일까? 어떻게 하면 젖꼭지에 대한 애착을 덜어줄 수 있을까? 늘 안아달라고 보채는 아이를 어떻게 하면 달랠 수 있을까? 발달 단계에 알맞은 장난감은 무엇이며 과연 그것이 꼭 필요할까? 자기 주도 이유식이 내가 하는 방법이 과연 맞을까?

34개월, 18개월 아들 딸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케어하고 매일매일 나름의 방법으로 길러 낸 지금. 첫째가 돌이 되기 전까지 갖고 있던 무수한 물음표를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경험'이었다. 공부에도 왕도가 없듯 육아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결국 내 자식이 요구하는 것은 늘 함께하는 부모가 제일 빨리 알고 또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처음부터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이 없듯이 육아라는 것도 결국엔 부딪히고 깨져보면서 자연스럽게 지혜를 습득하는 과정이었고 그것을 더욱더 잘 실현해 내기 위해선 꾸준함이 필요했다.

'어떡하지?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행위는
결국 어떻게든 잘 되기 위한 첫 발돋움이었다'

대부분의 아빠들이 아들에게 바라는 것은 바로 '친구 같은 아빠'가 되는 것이다. 마냥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는 아빠가 아니라 아들에게 인생의 조력자로서 힘들 때 도와주고 기쁜 일은 함께 하는 상을 꿈꾸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바람직한 아빠상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육아하면서 느꼈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은 그러한 바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아빠 육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잠 못 자는 아들이 밤새 울 때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감기에 걸려 24시간 내내 투정 부리는 아들에게 유모차 산책을 다녀오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원더 윅스'에 일어나는 신체 변화에 대한 짜증과 보챔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내는 경험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래포'라는 선물을 받게 된다.


손웅정 감독의 명언 중 '인무원려 난성대업'이란 말을 듣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다. 멀리 앞을 보지 못하면 큰 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육아가 버겁고 고되기 때문에 멀리 앞을 봐야 할 것은 알면서도 그것을 꾸준하게 지키기가 힘들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순간순간 닥쳐오는 어려움을 조금씩 이겨내면 아들, 딸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실은 오늘 딸 등원할 때 양갈래 머리 묶는 것을 처음 해 보았다. 생전 해본 적이 없는 일이라 원하는 모양이 나오지 않았지만 머리 묶은 것을 본 담임선생님께서 칭찬을 해주셨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부딪혀보고 깨져 보면서 육아에 대해 좀 더 배워볼 생각이다. 난성대업을 이루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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