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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서를 갱신하세요

와 벌써 이렇게 또 2년 3개월이 후딱 지나간 거임? 시간 참 빠르네.

by 홍윤표

2023년 9월 25일 전에 인증서를 갱신하라는 메시지가 계속 뜬다. 곧바로 교육기관 전자서명인증센터에 접속해 인증서 갱신을 시도했다. 그러면서 주의사항을 차근차근히 읽어보니 2년 3개월마다 교육부에서 발행한 인증서를 갱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2021년 6월부터 지금의 인증서를 활용했다는 말이구나. 2년 3개월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할 일 없는 한 때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아빠가 되고 육아를 하다 보니 그 기간이 주는 정도가 상당하다. 그때 우리 둘째는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을뿐더러 첫째도 걷지도 못하고 옹알이만 할 때였는데 지금은 어느새 함께 어린이집을 아빠 손을 잡고 등원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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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나도 그 당시 잠시 학교 업무를 떠나 한창 육아휴직 중이었던 시기였는데 2년 3개월 사이에 체육안전부장 업무를 하고 학교스포츠클럽 대회를 2년 연속 참가하고 있다. 그리고 그새 와이프는 교육청까지 옮겨가며 새로운 학교로 발령을 받아 3학년 담임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있어 2년 3개월간 정말 엄청나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생각해 보니 이사도 했네. 이 인증서를 다시 한번 갱신하게 될 때쯤에는 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우리 가족의 눈앞에 펼쳐져 있을까. 조금 두렵기는 하지만 설렘과 기대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그때쯤이면 우리 아들은 6살이고 딸은 4살이니까 수년간 다녀오지 못했던 해외여행도 한번 다녀올 수 있겠지? 모두 걷고 뛰고 말할 수 있을 테니 박물관이나 도서관 같은 곳을 방문해서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테고. 야구를 좋아하는 아빠와 뮤지컬을 좋아하는 엄마 사이에서 취미를 함께 향유하고 느낀 점을 서로 주고받는 순간도 있겠지? 생일날 친구들과 파티를 열어주면 초대장도 스스로 꾸며서 친구들에게 전달해주기도 할 것이고 학예회 연습한다고 엄마아빠한테 율동을 뽐내기도 할 테고. 생각하면 할수록 재미있네 ㅋㅋㅋ

그렇게 빈 교실에서 흐뭇하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던 99% N의 선생님을 다그치듯 '인증서를 갱신하세요'라는 문구가 새로 고침 되어 떡 하니 눈앞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차 빨리 갱신하고 업무포털 들어가서 밀린 공문들 빨리 편철하고 퇴근할 준비 해야지. 오늘 와이프 회식이라고 늦는다고 해서 하원도 늦지 않게 내가 해내야 하니까 말이다. 하원하기 전에 마트 잠깐 들러서 저녁거리도 간단하게 사서 들어가야겠다. 혹시라도 와이프가 저녁 시간 훌쩍 넘겨서 퇴근할지도 모르니까.


일반인증서님, 2년 3개월간 제 외장 하드와 컴퓨터 속에서 매일 웃으며 만납시다. 2년 3개월 뒤에 또 예쁘게 리뉴얼해 드릴게요. 가족들도 가족들이지만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당신을 마주할까요? 어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게 인생이라는데 나름대로 아름답게 살고 있어 볼 테니 그때 또 봬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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