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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코

나도 애들 좀 크면 죽기 전에 문어코 한번 먹어보러 가봐야지

by 홍윤표

요리를 연구하고 사업을 하는 백종원 씨가 연일 화제다. 그는 한 매체에서 진행했던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통해 대중의 인기를 끌더니 지금까지도 수년간 언론 여기저기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던 중 유튜브의 알고리즘 덕분에 알게 된 '님아 그 시장을 가오'라는 코너를 접하게 되었고 한 몇 편 보다 보니 재미있다. 몇 년 전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의 진행 형태와 카메라의 시선 처리, 플랫폼 등이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고 깔끔해 꽤 만족하면서 봤던 기억이 있다. 그런 형태의 프로그램인 데다 국내 숨은 맛집을 소개하는 콘텐츠라면 이유를 불문하고 보는 게 좋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편은 '전남 고흥 편'에서 보게 된 '문어코'였다.


듣기만 해도 생소한 음식인 '문어코'는 편의점에서 김밥 사듯이 결코 쉽게 사 먹을 수 없는 전남 고흥이 자랑하는 이른바 '리미티드 에디션'이었다. 왜냐하면 문어가 한창 수급이 잘 되는 시즌에 문어를 말린 후 문어 코 부분만 따로 모아 만드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동네 주민분들은 이때가 되면 문어코를 맛보기 위해 해당 식당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오랜 세월이 묻어 있는 노포에 테이블도 달랑 3~4개 밖에 안 되는 작은 식당. 게다가 손님들이 주는 기운이 넘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 개인적으로 '님아 그 시장을 가오' 시리즈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콘텐츠이다. 수십 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요리연구가인 백종원 씨 조차도 처음 접하고 굉장히 만족할 정도라고 하니 나중에 애들 크면 놀러 가서 죽기 전에 한 번은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님아 그 시장을 가오'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콘텐츠 하나에 듬뿍 담겨있는 정성과 그에 걸맞는 퀄리티이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만큼 30분짜리 콘텐츠 하나를 위해 숨은 공신들의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PD의 연출부터 해서 TV 프로그램보다 우수한 카메라의 무빙과 화질,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운 편집과 흡입력 있는 자막 등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의 우수성이 배가 되도록 도와주기에 충분했다. 음식을 즐기며 소소하게 일상을 즐기는 지역 주민들의 모습 또한 보는 이로부터 편안함을 느끼게 해 주었고 말이다.

지난 100일 에세이 챌린지 중 언급했던 '이경규' 편에서 이경규 씨는 모든 예능 콘텐츠의 종착지는 다큐멘터리라고 언급했다. 2016년에 말했던 내용이 2023년이 된 지금 돌이켜보면 부분적으로 예언이 적중했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TV 프로그램이 아닌 유튜브, OTT 등이 활성화된 요즈음,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는 어느 정도 나올 것은 다 나왔다고 생각한다. 운동선수, 예술가, 종교인, 음악가 등 사회 전반에서 접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부터 뷰티, 육아, 연애, 부부 등 일상생활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모두 예능의 소재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도 당분간은 '다큐+예능'이 결합된 콘텐츠가 나를 비롯한 '샤이 시청층'에게 꾸준히 어필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고흥은 진짜 우리 아가들 크면 진짜 꼭 한번 가봐야지. 근데 애들이 그냥 맥도널드 가자고 하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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