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족들과 나들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M'사 패스트푸드점을 방문했다. 음식 주문을 마치고 아가들 손을 씻기러 건물 2층에 위치한 화장실로 올라갔다. 그러던 중, 표지판 하나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고 순간 '저게 무슨 말이지?'라고 의심하며 한 번 더 문구를 확인했다.
'몸균형 상실경고'
아니, '넘어짐 주의', '발밑을 조심하세요'라는 알아듣기 쉬운 표현도 많은데 왜 이렇게 굳이 어려운 번역투를 사용했을까. 혹시 글로벌한 다국적 기업답게 번역기를 돌려 의미심장하게 표현한 것일까. 이런 희한한 표현으로부터 의뭉스러운 기분이 들었던 기억은 비단 이 날 뿐만이 아니다.
아가들과 함께 지하철을 탔을 때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가들이 자꾸 플랫폼 주위를 뛰어다니기에 잡으러 가다가 플랫폼의 끝자락에 다다른 적이 있다. 그쪽에는 커다란 보안시설과 함께 그것을 보호하는 철문이 있었고 그 문에는 주의 표식과 함께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문 쇄정 확인 철저'.
쇄정이라는 단어를 정말 일상에서 접할 길이 없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그리하여 찾아보니 자물쇠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러면 그냥 '자물쇠를 잘 잠그세요', '문단속 철저'와 같은 익숙한 표현이 있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 표현을 쓰는 것인가.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상 속 의문들이지만 한 번 똬리를 틀기 시작하면 묘한 불편함을 선사하곤 한다. 이러한 사례는 키즈카페 장난감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둘째랑 주방놀이를 한창 하다가 싫증을 내고 엄마한테 가길래 놀고 간 자리를 치우던 중 한 그림과 마주했다. 그냥 오븐을 표현한 숫자와 그림이 모여있는 예시 자료일 뿐이었는데 또 한 번 불편한 마음이 가슴속에서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다.
'230 °C에서 15분 설정? 그런데 정작 그 밑에 매뉴얼에는 230°C에 15분 요리할 수 있는 음식이 없네? 어쩌라는 거야... 다 태워 먹으라는 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밝고 긍정적인 면을 추구하고 사랑하는 편이지만 이따금씩 마주하는 이런 소소한 불편한 표현이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상황인가 싶으면서도 때로는 이런 비판적 사고들이 세상을 좀 더 올바르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나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구와 그림을 마주한 사람들이 더 이상 불편하지 않게 약간의 '지우개'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