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해 우리 딸, 너의 첫 돌을
(23년 2월)

돌 행사 끝나면 돌치레 시작. 돌치레 끝나면 걸음마? 누구랑 좀 비슷하네

by 홍윤표

2023년 2월은 설 연휴가 들어있는 것도 아닌데 매일매일이 바쁘다. 바로 2월 11일 둘째의 첫 돌을 기념하기 위해서 양가 부모님들이 조촐한 생일 파티를 마련해 주셨기 때문이다. 첫째만 돌잔치를 거행하게 되어 둘째에게 마음속으로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이었던 찰나에 부모님들의 서포트는 크나큰 힘이 되었다. 덕분에 둘째도 돌잡이도 하고 돌 떡, 케이크도 먹으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아들, 딸 구분 없이 돌 반지 제작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주시고 돌 빔도 예쁘고 따뜻한 것으로 사주셔서 감사했다. 이 모든 것들은 차곡차곡 모아놨다가 와이프가 복직하고 우리 가정의 경제적 여유가 생기는 날 반드시 더 크게 보답해 드리리라고 다짐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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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월 초 중반을 보내며 씩씩하고 즐거운 모습을 보이던 딸이 어느 날 새벽 내내 울면서 잠을 못 자기 시작했다. 해열제를 지속적으로 먹여도 4~5시간 뒤면 열이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 소아과를 방문했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아데노 바이러스'가 의심된다며 상급병원에 소견서를 써줄 테니 다녀오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돌치레이겠거니 예상하고 있었는데 처음 들어보는 병명에 상급병원 소견서를 말을 듣고 적잖이 당황했던 순간이었다. 혹시 '아데노 바이러스'가 아니고 단순 코로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루만 상황을 더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인근 병원 입원실에 등록을 했다. 걷지도 못하는 아가에게 링거를 투여하는 것을 눈으로 봐야 하는 것이 마음에 아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후 인근 대학병원 소아과를 찾아 정확한 병명이 무엇인지 의뢰했고 5일 이내 검사 결과를 알려줄 테니 댁으로 가서 안정을 취하도록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그날 밤 딸의 몸에 울긋불긋 돌 발진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다음 날 정말 씻은 듯이 병이 나았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딸은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5일 뒤 병원으로부터 나온 결과는 '아데노 바이러스 확진 아님'. 첫째보다 열의 오르내림이 심하고 그 강도가 일정치 않아 큰 병이 생긴 것이 아닐까라고 걱정했는데 단순 돌 발진으로 끝나서 천만다행이었다. 요 며칠은 정말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는데 딸은 씩씩하게 아픈 것을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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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2~3일가량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딸이 완전하게 회복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집 앞 놀이터도 가지 않고 밖에 잠깐 나가는 외출을 할 때도 항상 자가용을 이용했다. 그 사이 딸은 유난히 걸음마 연습을 집에서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빠만 신고 다니는 신발에도 연신 관심을 보이고 빨래 건조대, TV 장, 휴지통 등 붙잡고 설 수 있는 것은 죄다 잡고 걸어 다니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작년 이맘때 첫째와 너무나도 많이 닮았다. '다음 주에 있을 스냅사진 촬영 때는 어쩜 걸을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스냅사진 촬영 겸 봄을 기다리는 가족여행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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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사진 업체를 알아보다 보니 처남의 여자친구가 사진 업계에서 나름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는 새내기 프리랜서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돌 스냅사진 전문 업체에서 서포트를 한 경험을 살려 독립적으로 자체 브랜드를 기획 중이라고 한다. 사진에 관해 문외한인 우리 부부로써는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셈. 모든 스케줄을 작가님께 일임하도록 하고 우리 가족은 둘째의 돌 사진이 예쁘게 나올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었다. 의상, 작가, 장소 등 모든 것이 처음이라 낯설고 어색했던 둘째는 눈물샘이 마를 때가 없을 정도로 비협조적(?)이었다. 그러나 작가님을 비롯한 온 가족의 응원과 무한한 관심 속에 서서히 마음속의 장막을 걷어 부쳤고 5~6초간 잠깐씩 방심하는 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 틈을 놓칠 세라 연신 셔터 소리가 발하였고 다행히 단독 사진과 가족사진의 베스트를 고를 수 있을 정도로 사진 촬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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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인 우리 부부는 이제 3월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1월이 아닌 3월을 한 해의 시작점으로 보는 것은 학생 때로 끝일줄 알았지만 '살다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구나'라는 것을 매년 실감하고 있다. 친구들과 선생님이란 존재를 처음 마주할 때 무척 두렵고 무서웠을 텐데도 잘 견뎌내 종업이란 타이틀을 받은 우리 첫째, 3월이 되면 오빠의 뒤를 이어 친구들과 선생님이란 존재를 마주하게 될 우리 둘째. 힘들고 두려운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엄마 아빠한테 얘기하렴. 우리는 너희들에게 그런 존재이고 더 나은 그런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무수히 노력할 테니.


봄이여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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