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멘트가 오고 간다는 것은 올 한 해 각종 교육사업들을 마무리하는 시기가 왔다는 이야기이며 이는 곧 2023학년도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지을 시기라는 이야기이다. 매년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돈 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왜냐하면 기왕 사는 물건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을 사고 싶고 그러다 보니 여러 상품을 비교하여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거기다 타임세일, 쿠폰 지급 등의 프로모션까지 고려한다면 2-3시간을 서치 해도 아무것도 주문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다른 일은 나름 결단력 있게 해내는 편인데 돈 쓰는 일은 나와는 안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피곤하게 하는 것은 '잔액 0원 맞추기'이다. 어떨 땐 물건 할인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십원 단위로까지 잔액이 발생하면 상당히 난감해진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건값을 깎아준다는데도 그게 번거롭고 달갑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장바구니에 물건을 넣어 잔액 0 맞추기를 성공하고 재검토하다 보면 또 한 번 나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배송비'이다.
'50,000원 이상 무료 배송, 그 이하는 배송비 3,000원' 등의 조건부배송 때문에 장바구니를 엎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심지어는 1,000원짜리 노트를 굳이 배송비 3,000원을 주고 사서 잔액 0을 맞춘 적도 있다. 그러고 나면 비록 내 돈을 쓴 것은 아니지만 일처리를 비효율적으로 한 것에 대한 자책감이 밀려오게 된다. 좀 더 꼼꼼히 살펴보고 비교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라면서 말이다.
학교 일을 오래 하면 할수록 노하우가 쌓여야 되는 게 맞는데 희한하게도 돈 쓰는 일은 시간이 지나도 손에 익숙지 않는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되도록 학교에 머무르는 동안 업무를 빨리 끝내버리고 싶어 별로 필요도 없는 물건을 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지혜롭게 소비하는 능력을 갖도록 좀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