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육아하는 데 있어 제약이 다소 많은 편이다.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자니 날씨가 너무 추워서 걱정이고 눈썰매를 타고 놀자니 아직 너무 어려서 그런지 그다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실내 쇼핑몰을 둘러보기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어 정신이 혼미해질 노릇. 그래서 선택한 답안지는 바로 '박물관'이다. 최근 첫째가 부쩍 곤충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기에 이때다 싶어 인근의 곤충박물관을 바로 방문하기로 했다.
경기도 근교의 여러 박물관 중에 우리 가족은 여주에 있는 '여주곤충박물관'을 방문했다. 집에서 약 1시간 남짓 달려서 온 박물관. 사람 하나 없는 허허벌판이라 방문객이 별로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 데 이게 웬걸. 주차장을 빼곡하게 채운 가족 단위 관람객의 차가 즐비한 것이 아닌가. 부모님의 손을 잡고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찾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가들은 전시 작품 관람뿐만 아니라 곤충 모양 퍼즐 맞추기 등을 하며 적당한 눈높이(?) 교육도 병행했다.
곤충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바로 '장수풍뎅이' 체험관이었다. 늠름한 자태와 함께 무시무시한 턱을 자랑하는 장수풍뎅이를 직접 만져보고 그들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 하지만 첫째는 호기심은 많으나 겁이 났는지 전혀 만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둘째가 다짜고짜 손으로 풍뎅이의 턱을 만지려고 돌진해서 제지를 해야 하는 순간이 더 많았다. 같은 배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성향이나 기질이 다르구나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결국 나는 둘째와, 와이프는 첫째와 1:1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어느 정도 곤충과 파충류 탐방이 끝난 둘째는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동전을 넣으면 움직이는 자동차를 타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밖에 나가 뛰어놀고 싶어 하는 둘째를 설득(?) 또는 승강이를 해야 했다. 20분 간의 사투를 벌였을까. 해맑은 웃음을 머금은 첫째와 함께 와이프가 돌아왔다. 어디 다녀왔냐고 물어봤더니 '모형 동물과 곤충'을 보고 왔단다. 역시 정적이고 관찰 가능한 것을 보고 왔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가들에게 물어보니 곤충박물관이 재미있었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한다. 날씨가 좀 더 좋아지면 야외 공간도 탐방하면서 오늘보다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과정이 어찌 되었건 나름 모두가 집에 있는 것보단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하니 그것으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