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났더니 부엌이 평소와는 달리 상당히 분주하다. 와이프가 택배 상자에서 무언가를 계속 언박싱하며 여러 가지 음식을 손 보고 있다. 전날 밤 남편 아침 생일상을 꼭 차려주고 싶다며 분주하게 무언가를 주문하는 와이프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애들 키우느라 바쁜데 그냥 평소처럼 먹어도 된다, 난 생일상 거하게 안 받아도 하나도 서운해하지 않는다며 만류했지만 내심 기대라는 것이 생기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덤덤한 척하며 아가들이랑 놀아주면서 와이프가 온전하게 자신만의 플랜(?)을 실행하도록 해 주었다.
1시간 여가 지났을까. 와이프가 "아침 먹으러 오세요~" 하는 말에 아가들과 나는 서둘러 밥상 앞으로 갔다. 와이프의 정성과 사랑이 과분할 정도로 묻어나는 생일상에 크나큰 감동을 받는 순간이었다. 평소에 집에서 만들기도 힘든 잡채부터 시작해서 해물파전, 떡갈비, 미역국 등 모두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이 가득했다. 아가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반찬들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와이프의 세심함에 한 번 더 놀라는 순간이기도 했다. 한편으로 갈비찜 같은 메인 요리를 준비 못했다며 아쉬워하는 와이프를 보며 나는 손사래를 치며 누가 아침부터 갈비를 먹냐고 위로했다. 나름 현명하고 적절한 대답이었기를.
올 생일은 아가들이 그전의 생일에 비해 보다 더 또박또박하고 리듬감 있는 노랫말로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생일 케이크에 꽂은 초만 봐도 대성통곡을 하던 아가들이 언제 이렇게 무럭무럭 자랐는지. 한편으론 내년 생일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속으로 내심 기대하며 생일 케이크를 잘라 맛있게 먹었다. 생일상이야 두말할 것도 없이 맛있었고 말이다.
시간은 흐르고 아가들은 자란다. 그 과정 속에서 나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을 하며 자라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근 5년이란 짧다면 더없이 짧은 육아일기를 작성하는 기간 동안 '애 키우는 게 정말 힘들구나' 라며 되뇌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위대하며 나는 그 속에서 아빠라는 책임과 의무를 잘 해내고 싶기 때문이다. 푸짐한 생일상을 선물로 받았으니 올 한 해도 우리 가족에게 무한한 사랑과 기쁨을 선물로 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