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 터울 아들, 딸을 데리고 육아하면서 유모차를 2대를 꾸준히 활용했다. 그중 하나가 첫째만 키웠을 때부터 사용하던 ㅂ사의 1인용 디럭스 유모차이고 다른 하나는 2인용 쌍둥이 유모차이다. 만으로 4년이 넘어가는 오늘날까지 우리의 수족이 되어준 유모차. 이번 겨울 여행이자 올해 첫 가족여행의 콘셉트는 ' No 유모차'이다. 유모차를 포기하고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여행 시 필요한 짐을 캐리어 1대와 옷가방 1개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외에는 사실 단점이 더 무수한 게 사실이다.
"우리 애들 여행 가서도 유모차 앉아있는 것보다 한두 걸음이라도 자기가 걷고 뛰게 해 보자."
시작부터 유모차 없는 여행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도로 향하는 시점부터 서울 하늘에는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행기 탑승 1시간가량 남짓 남았을 때 가까스로 도착한 우리 가족은 각자 1명씩 둘러메고 공항으로 부리나케 뛰기 시작했다. 만 24개월이 채 안 된 둘째 덕분에 '교통약자 서비스'를 이용하여 탑승 절차에 들이는 수고를 반으로 줄인 덕분에 제시간에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만 24개월이 안 된 둘째는 지난여름과 마찬가지로 좌석 구매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아빠 무릎에 찰싹 붙어 앉아 벨트를 매고 함께 타고 가야 했다. 1시간여의 비행이 조용하고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몇 가지의 비책(?)을 마련했다. 우선 둘째의 입이 심심하지 않도록 사탕을 마련하고 가시는 길 무료하지 않도록 스티커북을 3종이나 준비했다. 다행히도 둘째는 아빠 품에서 스티커북을 재미있게 붙이고 사탕을 맛있게 먹으면서 단 하나의 소음도 일으키지 않고 비행을 마쳤다.
오후 늦은 비행기로 도착한 탓에 저녁 식사와 오후 일정 모두 숙소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제주 구 시가지 한복판이라 특별하게 구경할 것이 있을까 하여 아무런 사전조사를 하지 않았다. 그냥 주변 산책하다가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으면 들어갈 요량으로 아가들과 제주 바닷바람을 만끽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발길 닿는 대로 도착한 식당과 카페에서 저녁시간을 보냈는데 젊은 사람들이 꽤 많은 힙한 곳이라 나름 만족했다.
그렇게 유모차 없이 이루어진 가족여행은 첫날부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카페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다리에 힘이 풀린 아이들을 안고 오느라 다소 힘들었지만 이 정도면 뭐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좀 더 자라서 제주를 오게 되면 훨씬 더 의미 있고 재미있을 텐데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우선 이번 여행부터 잘 마무리한 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으니 일단 자는 걸로.굿나잇 아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