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신학기를 맞이하여 우리 가족의 작은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그것을 바로 첫째가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일반모집에 3개 유치원에 모두 응시해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나 추가모집을 통해 가까스로 유치원 입소가 가능해졌다. 사립 유치원도 아닌 공립 단설 유치원이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해 취학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는 것이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그 후에 알게 된 소식은 최근 저출산 문제로 유치원 입학 대상 아동이 급감하였으며 올해가 저출산 쇼크로 나타나게 될 현상의 단초를 제공할지도 모른다는 것. 직접 학부모가 되어봐야지만 알 수 있는 사회 현상이긴 하나 직접 피부로 닿게 되니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저출산 현상이 정말 심각하구나'
유치원은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다. 아무리 느린 걸음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도 1분 내에 당도할 수 있을 정도이다. 육아시간을 활용해 이른 퇴근을 한 뒤 바로 입학설명회에 참석하여 선생님들의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 설명회는 3층에 마련된 체육관에서 진행되었고 이미 상당히 많은 수의 학부모들이 앞자리부터 차곡차곡 자리를 채워 설명을 듣고 있었다. 어린이집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것은 '실내화 착용'이었다. 어린이집에서는 안전상의 문제로 맨발 수업을 진행했지만 5층 건물의 커다란 유치원에서 실내외를 자주 들락거리며 수업을 들어야 하기에 실내화는 필수적이다.
'오, 이렇게 유치원에서 실내화 교육을 먼저 한 덕분에 초등학교에서의 실내화 착용이 훨씬 자연스러웠군.'
사실 가장 주의 깊게 들었던 내용은 '방과 후 에듀케어 과정'이었다. 서울시의 공립 유치원의 장점은 학생들이 전액 무료로 교육과정 내 수업을 들으면서 방과 후 에듀케어까지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맞벌이 가정이면서 오후 2시에 아이를 하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방과 후 에듀케어를 학생이 수강하게 되면 적어도 오후 5시까지 유치원에 머무를 수 있다. 매일 8시간 이상의 에듀케어 과정을 월 15일 이상 수강하면 개인 부담금이 전혀 없고 매일매일 한글, 숫자, 과학, 생태, 예체능 등의 양질의 방과 후 교육이 제공되어 학생, 학부모 모두 'win-win'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설명회 막바지에 진행된 '부모교육'도 일반적이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들었던 부분 중 하나이다. 학교에서 10년 이상 학생들을 마주하다 보니 으레 당연하게 갖게 될 '매너리즘'에 대해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3월부터 엄마가 아닌 아빠와 1대 1로 단둘이 등원을 하게 될 아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씩씩하게 유치원 생활에 적응시키려면 반드시 내가 들어야 할 강의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난 유아기의 아이들을 한 번도 '교육'을 해본 적은 없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걸어서 다니는 것도 아니고 매일 꽉 막힌 출퇴근길 3~40분을 차로 다녀야 할 아들이 힘들지 않도록 해줘야 하기에.
'내가 초등학생들을 마주해 봤지 유치원 학생들을 마주한 적은 없으니 나에게 분명히 필요한 교육이야, 게다가 자식이 유치원생이 된 것도 처음이라면 말이지'
그렇게 설명회를 다 듣고 나서 우리 부부는 그토록 미루고 미뤘던 이야기를 어린이집에 말씀드렸다. 사실 어린이집에서도 신학년도 학생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라 좀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아들 같은 반 절친들도 모두 각자 뿔뿔이 흩어져 본인이 배정받은 유치원으로 새로운 나날을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기에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라'라는 말처럼 이제 어엿한 유치원생이 될 아들을 위해 2월 한 달 열심히 추억을 쌓아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담아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하루다. 유치원 이름처럼 새로운 추억을 솔솔 쌓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