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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표 Mar 05. 2024

양평어린이건강놀이터

군생활, 연애, 게다가 육아까지. 물 맑은 양평 물 좋네

양평이란 동네는 개인적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은 해체한 20사단 예하 전차대대에서 육군 만기 병장 전역을 했다. 경기도임에도 참 덥고 추운 곳임을 깨달았고 양평 동쪽에서 서쪽까지 무려 70km라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던 기억이 있다. 군 제대 후, 양평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으리라 했는데 이게 웬걸. 당시 양평에 거주하던 여인과 결혼하여 애 둘을 데리고 양평을 놀러 가다니. 세상 일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식명칭이 '양평어린이건강놀이터'로 양평에서도 나름 중심지인 양평읍에 위치하고 있었다. 2시간 이용에 사전 예약이 필수인데 와이프의 기지로 당일 예약이라는 놀라운 선물을 받게 되었다. 보통 키즈카페를 다녀오면 입장료에만 4~5만 원 정도 소요되는데 4인 가족 도합 12,000원밖에 들지 않았다. 시설은 여느 키즈카페 못지않게 재미있는 기구들이 가득했고 지자체에서 관리해서 그런지 꽤나 쾌적하고 깔끔했다.

5살이 된 아들은 제법 초등학생들이 좋아할 법한 외나무다리 오르내리기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제 갓 두 돌을 넘긴 딸은 여전히 볼풀장을 제일 좋아했으며 오빠와 미끄럼틀 타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도중에 배가 고팠던 둘째는 키즈카페 내 취식이 금지된 터라 잠시 밖에 나가 엄마와 요기할 것을 찾기로 했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재미있게 노는 아들 뒤꽁무니를 열심히 좇았다.

아쉽게도 약속된 시간이 다 되어 다음에 또 놀러 오기로 약속하고 부랴부랴 저녁 먹을 식당으로 향했다. 와이프와 나는 마치 짠 것처럼 동시에 '화니핀'을 외쳤다. 연애할 때 둘이서만 방문하던 그곳을 넷이서 가니 느낌이 묘했다. 그리고 다행히 엄마아빠와 함께라면 어떤 식당이든 만족해 줄 정도로 성장한 아들, 딸이 대견했다.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우리 아가들"

시간을 흐르고 아이는 자란다는 말을 열렬히 공감하면서 한편으론 나와 여보가 함께 한 시간도 제법 꽤 되어간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계속 기분이 묘했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하는 3월을 앞두었기 때문이었을까. 개인적으로 많은 추억과 스토리를 꾸준히 써 내려가게 해 준 양평이란 동네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여느 동네와 달리 기백이 느껴지는 도시. 양평 알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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