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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표 Mar 09. 2024

(1주 차)나 유치원 안 갈래!!

어쩌면 연재를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2024년 3월 4일, 대망의 유치원 입학식이 밝았습니다. 부지런히 아침부터 입학식에 입을 의상을 고르고 각종 준비물을 챙기면서 부산스럽게 움직였죠. 와이프도 학교에 가족 돌봄 휴가를 신청했고 둘째도 담임선생님께 오늘 하루 체험학습을 쓰겠다고 안내를 드렸습니다. 저는 유치원이 바로 근처라서 잠시 외출로 복무를 신청하고 입학식을 다녀오면 되고요. 학교와 유치원이 동시에 입학식이 진행되다 보니 인근 도로는 복잡하기가 이를 때가 없었습니다만 입학식을 앞둔 가족들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습니다. 원장, 원감, 담임선생님 소개와 마술 공연, 교실 및 반 친구들 소개 등으로 오전 일정이 아주 알차게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주인공인 지우가 즐겁게 참여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고요. 그렇게 유치원 적응이 잘 지나가는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틀째 되는 날부터 지우가 유치원 가기 전부터 마음이 좋지 않은 모양입니다. 선생님도 처음 보는 사람이고 친구들도 아는 사람이 없어 모든 것이 낯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 기어이 울음보가 터진 지우는 유치원 입구에서부터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유치원 가기 싫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시던 원장선생님께서는 당연한 과정이라며 걱정 말라고 하십니다. 맞벌이 부부이고 수업 시간에 늦으면 안 되니 어쩔 수 없이 우는 아들을 들여보냈지만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도 울어서 원장선생님과의 면담 시간도 보냈다고 하니 어쩌면 이 연재물을 조기 종영해야 할 것 같은 느낌도 조금씩 들기도 하고요. 

그런데 희한하리만큼 하원하러 갈 때 아들의 모습은 여느 아이들과 같이 늘 천진난만합니다. 오후반 선생님의 손을 잡고 하원할 때마다 '우리 지우 오늘 너무 재미있게 잘 놀았어요'라고 말씀해 주시고 말이죠. 하원을 하면서 집에 가는 차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유치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만들기 시간에 자신이 만든 클레이 창작물을 자랑스럽게 내어 보이기도 하고 오늘 오후 간식 시간에 먹었던 야채죽이 너무 맛있었다고도 합니다. 그렇게 또 유치원 적응에 대한 걱정을 살짝 내려놓으려는 순간 밤이 찾아오고 이때부터 아들의 대성통곡은 다시 시작됩니다. 


"자고 일어나면 유치원 가야 되니까 나 안 잘래"

금요일 아침까지도 지우가 아빠 차에서 하는 말은 단 두 마디입니다. '엄마 보고 싶어.'와 '나 유치원 왜 가야 돼?' 그럼 저도 마찬가지로 '엄마 아빠는 일을 해야 되고 지우는 5살이라 유치원에 가야 한다.'와 '아빠 학교가 서울에 있고 가까운 곳에 유치원이 있으니 지우가 최대한 걱정하지 않도록 엄마아빠가 노력하는 것이란다'라고 말을 합니다. 그렇게 3~40번을 무한 반복하다 보면 때로는 제가 AI로봇이었으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꽉 막힌 출근길을 뚫으며 아들의 보챔을 뒤치다꺼리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늘 하원길만 같은 텐션을 갖게 되면 참 좋을 텐데. 생각해 보니 저희 아들은 어린이집 적응도 남들보다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습니다. 그 덕에 2년 동안 어린이집을 즐겁게 잘 다닐 수 있게 되었죠. 


이번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선생님과 친구들이 익숙해질 테고 자연스럽게 유치원에서의 생활이 몸에 배게 될 테죠. 부모로서 가져야 할 태도는 그저 인내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치원에 가지 않는 주말을 좀 더 가족끼리 의미 있게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일요일 밤에 또 슬퍼하게 될 아들이 그나마 주말은 편하게 푹 쉴 수 있어야 할 테니 말이죠.



지우야 이번 주 정말 고생 많았어. 주말에 푹 쉬자고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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